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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피 간다더니 줄줄이 목표치 하향…증권사들 뻔뻔한 ‘뒷북’

중앙일보

2026.07.31 14:00 2026.07.3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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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69.68포인트(1.23%) 내린 5,593.56으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69.68포인트(1.23%) 내린 5,593.56으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코스피 1만 시대’를 자신하던 증권사들이 뒤늦게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시장의 위험을 선제적으로 분석해 투자자에게 판단의 기준을 제공해야 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이미 떨어진 주가를 뒤따라가면서 ‘뒷북 전망’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하반기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1만1000에서 8800으로 2200포인트 낮췄다. 3분기 상단 전망치도 9900에서 8300으로 160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최근 지수가 급락한 뒤에야 눈높이를 낮춘 것이다.

다른 증권사들은 하반기 목표치를 새로 제시하기보다는 ‘바닥이 어디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DB증권은 지난달 29일 코스피의 단기 저점으로 5500선을 제시했다. 불과 한 달 전 코스피 목표치를 1만1700포인트로 제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외에도 대부분 국내 증권사가 지난달 초까지도 연내 코스피 상단을 1만 포인트 이상으로 제시했다.
7월 코스피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거래소]

7월 코스피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거래소]


개별 종목의 목표주가도 줄줄이 낮아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55만원에서 37만원으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2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각각 약 33%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 계약가격 하락 전망에 더해 중국 반도체 기업의 부상으로 업종 전반의 경쟁이 격화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재 주가는 과매도 구간이라며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다.

주가 하락을 뒤따라가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자 시장에서는 “전망이라기보다 중계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가가 오를 때는 뒤늦게 목표치를 높이고, 내릴 때는 다시 목표치를 낮추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투자자에게 길을 안내해야 할 본래 역할이 무색해졌다는 것이다.

증권사와 기업이 고객 관계로 얽혀 있는 구조적 한계도 원인으로 꼽힌다. 증권사 입장에서 기업은 기업공개(IPO)와 회사채 발행 등 투자은행(IB) 업무의 주고객이다. 부정적인 전망이나 매도 의견을 내놓으면 향후 영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해도 목표주가를 낮추면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부의 증시 활성화 기조 역시 증권사에는 부담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집 팔아서 주식하라고 하는 마당에 목표주가를 내리면서 찬물을 끼얹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기업뿐 아니라 정부 눈치까지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증권사의 낙관 편향은 해외에서도 꾸준히 지적돼 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증권사 전문가들이 내놓는 자극적인 보고서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FT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애널리스트들이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해 제시한 투자의견은 매수 53건, 보유 3건, 매도 0건이었다. 그러나 이후 MS 주가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보다 10% 이상 부진했다.

애널리스트의 지나친 낙관이 오히려 증시에 역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일부 증권사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영업이익이 8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영업이익이 60조원에 그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이 커졌고,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29일 하루 만에 9.61% 급락하기도 했다.



장서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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