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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 ‘트럼프’ 이름까지 붙였다…모로코의 극진대접, 왜

중앙일보

2026.07.31 14:00 2026.07.3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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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사막을 가르는 1055㎞의 도로 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졌다. 모로코 정부는 최근 해당 도로의 명칭을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고속도로’로 공식 확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도로 영상을 올리고 “매우 존경받는 모하메드 6세 국왕에게 감사드린다. 정말 큰 영광”이라며 “언젠가 이 위대한 고속도로의 전 구간을 달리고 싶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사막을 가르는 1055㎞의 도로 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졌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아프리카 사막을 가르는 1055㎞의 도로 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졌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사막과 해안, 도시를 하나의 직선으로 잇는 고속도로.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사막과 해안, 도시를 하나의 직선으로 잇는 고속도로.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사막과 해안, 도시를 하나의 직선으로 잇는 이 장대한 도로는 모로코의 옛 수도인 서부 티즈니트에서 서사하라 최대 도시 라윤을 거쳐 유명 관광지 다클라까지 이어진다. 모하메드 6세 국왕이 2015년 남부 개발계획의 핵심 사업으로 발표한 뒤 2016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올해 초 전 구간이 개통됐다. 약 10억 달러(약 1조4400억원)가 투입됐다. 서사하라를 모로코 본토와 연결하고, 서아프리카와 사헬 내륙국을 대서양으로 잇는 핵심 물류 축으로 육성하려는 것이 모로코의 구상이다. “대서양과 맞닿지 않은 사헬 국가들이 모로코 항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 회랑의 핵심 기반시설(블룸버그)”이란 평가도 나온다.

모로코의 옛 수도인 서부 티즈니트에서 서사하라 최대 도시 라윤까지 이어진 도로.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모로코의 옛 수도인 서부 티즈니트에서 서사하라 최대 도시 라윤까지 이어진 도로.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모로코가 이런 중요한 도로에 트럼프의 이름을 붙인 인연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사하라에 대한 모로코의 주권을 공식 인정했다. 이후 프랑스와 스페인도 모로코의 입장에 힘을 실어줬고, 서사하라에는 심해항과 관광시설, 재생에너지 시설 등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다. 대신 이슬람 국가 모로코는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아브라함 협정’에 합류했다.

모로코의 옛 수도인 서부 티즈니트에서 서사하라 최대 도시 라윤을 거쳐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 다클라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 구상이 발표됐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모로코의 옛 수도인 서부 티즈니트에서 서사하라 최대 도시 라윤을 거쳐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 다클라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 구상이 발표됐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지난 4월 9일(현지시간) 알제리 남서부 틴두프주 아우세르드에서 열린 사하라 아랍민주공화국(SADR) 선포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서사하라 원주민 사하라위족이 낙타를 타고 퍼레이드에 참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4월 9일(현지시간) 알제리 남서부 틴두프주 아우세르드에서 열린 사하라 아랍민주공화국(SADR) 선포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서사하라 원주민 사하라위족이 낙타를 타고 퍼레이드에 참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모로코에 서사하라는 무척 중요한 곳이다. 과거 스페인의 식민지였지만, 1975년 스페인이 철수한 뒤 모로코와 독립을 요구하는 폴리사리오전선(서사하라 독립운동 세력)이 수십 년째 영유권을 다투고 있다. 모로코는 대부분을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폴리사리오전선은 독립 주민투표를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주권 인정이 모로코에 큰 힘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 고속도로에 트럼프의 이름을 붙인 이유다. 중동 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는 “이와 동시에 국제사회에 자국 영토라는 메시지를 더욱 분명히 하려는 계산도 깔렸다”고 분석했다.

1787년 미국 의회가 비준한 모로코-미국 평화우호조약 원본. 모하메드 3세 모로코 술탄의 봉인과 토머스 제퍼슨, 존 애덤스의 서명이 담겨 있으며, 미국과 모로코의 약 250년 동맹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사진 위키피디아 캡처

1787년 미국 의회가 비준한 모로코-미국 평화우호조약 원본. 모하메드 3세 모로코 술탄의 봉인과 토머스 제퍼슨, 존 애덤스의 서명이 담겨 있으며, 미국과 모로코의 약 250년 동맹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사진 위키피디아 캡처


도로 명명은, 미국과 모로코의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는 계기도 됐다. 모로코는 1777년 미국 선박에 자국 항구를 개방하며 미국 독립을 가장 먼저 인정한 국가 중 하나였다. 이어 1786년 모로코-미국 평화우호조약(마라케시 조약, 양국 간의 외교 및 상업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체결된 양자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이 아랍·이슬람 국가와 맺은 첫 조약으로, 약 250년에 걸친 양국 관계의 출발점이 됐다. 미국이 북아프리카에서 모로코를 가장 오래된 우방으로 꼽는 배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으로 명명된 도로.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으로 명명된 도로.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모로코는 이를 발판으로 대서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티즈니트∼다클라 고속도로를 통해 서사하라를 본토와 더욱 긴밀히 연결하고, 다클라를 서아프리카와 사헬 내륙국을 잇는 대서양 물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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