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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화장품’ 원조 유럽 파고들었다…K-더마가 엿본 가능성 [비크닉]

중앙일보

2026.07.31 14:00 2026.07.3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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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독일 쾰른의 뷰티 편집숍 세포라 전면이 한국 브랜드 ‘에스트라’로 뒤덮였다. 2월 세포라 유럽 온라인몰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한 에스트라는,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19개국 860여 개 오프라인 매장에 순차적으로 입점하고 있다.

지난 3월 독일 쾰른에 위치한 세포라 매장 전면이 국내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에스트라로 랩핑돼 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지난 3월 독일 쾰른에 위치한 세포라 매장 전면이 국내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에스트라로 랩핑돼 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K-뷰티의 글로벌 선전이 더는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에스트라의 유럽 진출은 의미가 다르다. 에스트라는 국내 대표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다. 더마 코스메틱은 피부 과학을 의미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와 화장품을 뜻하는 ‘코스메틱(Cosmetic)’의 합성어로, 피부 과학에 기반해 만들어진 화장품을 뜻한다.

유럽은 더마 코스메틱의 본고장으로 통한다. 프랑스 비쉬·라로슈포제, 독일 유세린 등 의사·약사의 처방을 앞세운 백 년 가까운 역사의 브랜드가 즐비하고, 이른바 약국 화장품으로 불리는 스킨케어 브랜드들이 백화점이나 소매점이 아닌 약국 유통 채널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더마 코스메틱이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정의해온 시장이 바로 유럽이다.

이런 시장에서 에스트라는 출시 초기부터 대표 제품인 아토베리어365 크림으로 터키·독일·스페인·포르투갈에서 크림 카테고리 판매 랭킹 1~3위를 기록했다. 이미 성숙한 유럽 더마 시장에서, 신생에 가까운 K-더마는 어떻게 이들을 설득할 수 있었을까.

트렌드가 아니라 근거로
에스트라는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회 글로벌 뷰티 페스티벌 '세포리아: 하우스 오브 뷰티' 에 참가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에스트라는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회 글로벌 뷰티 페스티벌 '세포리아: 하우스 오브 뷰티' 에 참가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해외 시장에서 K-뷰티의 성공 비결은 흔히 빠르고 트렌디한 마케팅으로 꼽힌다. 하지만 검증된 효능이 관건인 더마 코스메틱 시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에스트라는 K-뷰티의 빠른 마케팅 대신 신뢰 자산을 내세웠다. 태평양제약에서 출발한 정통 더마 헤리티지에 아모레퍼시픽의 피부과학 연구 역량을 더한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올리브영 1위로 검증된 대중성, 세포라 같은 글로벌 리테일 접점까지 갖추면서 성숙한 해외 더마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K-더마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는 최근 K-뷰티 시장 전반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K-뷰티는 지금 유의미한 산업적 성공을 이어가는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5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 달러(17조 2000억원)로 전년 대비 11.8%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국가별 화장품 수출액 순위에서 한국은 프랑스(243억 달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2024년 3위였던 한국이 1년 만에 미국(108억 달러)을 제친 결과다.

시장이 성숙하면서 K-뷰티의 승부처는 마케팅을 넘어 제품 본연의 기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SNS)로 성분 정보를 직접 비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브랜드 이름보다 실제 피부 개선을 이끄는 성능이 구매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PDRN(연어 유래 재생 성분) 등 시술에 비견되는 화장품이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흐름에서 가파르게 성장한 카테고리가 바로 더마 코스메틱이다.
그래픽 마민아 디자이너

그래픽 마민아 디자이너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더마 코스메틱 시장은 지난 2025년 기준 약 53조원 규모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12.2%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 스킨케어 시장의 성장률인 1.7%와 비교했을 때 약 7배에 이르는 수치다.

뷰티 산업 특화 AI 기업 ‘트렌디어AI’는 올해 K-뷰티의 가장 큰 흐름으로 ‘메디컬 뷰티로의 전환(medi cosmetic pivot)’을 꼽았다. 임상적으로 입증된 활성 성분을 스킨케어에 적용하는 흐름이 주류화되고 있으며, K-뷰티가 그 선두에 있다는 분석이다.

민감 피부 대국이 만든 시장
K-더마 선전의 배경에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가 꼽힌다. 피부과학 학술지 ‘스킨 리서치 앤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56.8%가 자신을 민감성 피부로 인식하는데, 이는 미국·유럽(45~50%)보다 높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민감 피부 데이터’가 축적되는 시장인 셈이다.

국내 더마 코스메틱 시장의 태동은 2010년대 전후 제약사들의 화장품 사업 진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태평양제약(에스트라)·대웅제약(이지듀) 등은 병·의원 판매용 제품을 앞세워 더마 전문 브랜드를 잇달아 내놓았다. 2020년 약 8000억원이던 국내 더마 시장은 코로나19를 지나 2023년 1조 10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수준으로 올라선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픽 마민아 디자이너

그래픽 마민아 디자이너

태생부터 달랐다…제약 DNA
비옥한 토양인 삼각주를 뜻하는 에스트라는 1982년 설립된 태평양제약을 모태로 한다. 더마 코스메틱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이 회사는 피부 장벽 연구에 집중했다. 2008년부터 병·의원 판매용으로 아토베리어 크림을 선보인 뒤 2012년에 브랜드를 정식 론칭했다.

에스트라를 일반적인 화장품 회사와 구분 짓는 건 제품 개발 방식이다. 아모레퍼시픽 독립 연구조직 더마랩이 축적한 논문 470여 건, 특허 240여 건이 제품 설계의 기반이 된다. 여기에 피부과 전문의 62명으로 구성된 8개 자문 네트워크가 더해진다. 이들 전문의가 전하는 임상 현장의 이야기는 제품 개발의 영감이 되고, ‘더마 상담소’ 같은 피부 고민 전문 콘텐트로도 이어진다. 마케팅이 아닌 제품 개발 과정에 의료 현장의 통찰이 녹아드는 구조다.

지난해 발족한 '에스트라 민감성 피부 코스메틱 연구회'. 연 2회 정기 모임을 통해 민감성 피부 환자의 임상 의견을 나누고, 화장품 연구 및 개발과 제품화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지난해 발족한 '에스트라 민감성 피부 코스메틱 연구회'. 연 2회 정기 모임을 통해 민감성 피부 환자의 임상 의견을 나누고, 화장품 연구 및 개발과 제품화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5초에 1개씩 팔리는 크림
에스트라의 간판 상품인 아토베리어 크림은 2008년, 피부 장벽이 약해진 소비자를 위한 병원 판매 제품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이후 병원 방문 없이도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소비자 요구가 커지면서 2018년 아토베리어365 크림을 올리브영에 출시했다. 브랜드 측은 “단순히 유통 채널을 넓힌 게 아니라, 민감 피부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일상에서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보습제로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병의원 판매용으로 유통되던 아토베리어 크림을 지난 2018년 올리브영에 출시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병의원 판매용으로 유통되던 아토베리어 크림을 지난 2018년 올리브영에 출시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이후 아토베리어 크림의 누적 판매량은 1000만 개를 넘어섰고, 2026년 상반기 기준 5초에 1개씩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올리브영 크림 카테고리에서 6년 연속 수상했고, 에스트라 브랜드 전체로 보면 2023년부터 3년 연속 더마 코스메틱 카테고리 전체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다.

더마 유닛 신설, K-더마의 가능성
에스트라는 최근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23년 일본 앳코스메 입점을 시작으로 2024년에는 베트남·태국, 2025년 미국 세포라 입점에 이어 같은 해에 캐나다·호주·중국에도 진출했다. 지난 3월에는 유럽 19개국 860여 개 세포라로 이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에스트라와 일리윤을 묶은 더마뷰티 유닛을 신설하고, 그동안 에스트라를 이끌어온 임운섭 유닛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LG생활건강도 더마&컨템포러리뷰티 독립 부서를 신설했다. 더마 뷰티가 글로벌 뷰티 산업의 핵심 성장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 변화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게 아모레퍼시픽의 구상이다.

더마는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고령화, 성분 중시 소비, 시술 후 케어의 확산, 홈케어 일상화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색조 제품과 달리 민감 피부 고민은 특정 지역이나 인종에 국한되지 않기에 확장성을 더한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더마코스메틱 시장은 2030년 1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기술력과 신뢰를 오래 쌓아온 브랜드일수록 이 성장의 몫을 더 크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오랜 시간 검증된 데이터를 축적해온 에스트라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b.멘터리
오늘날 브랜드는 개인의 가치관을 담는 중요한 소비 기호죠. 치열하게 ‘자기다움’을 직조하는 브랜드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기획자들을 만납니다. 남다른 브랜드의 흥미로운 디테일을 따라 가며 설레는 여정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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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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