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주말이 두렵다” 행복한 비명…MZ 보물 찾기 성지 된 동네

중앙일보

2026.07.31 14:00 2026.07.31 14:3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묘역앞 벼룩시장에서 젊은 방문객들이 고물 시계를 구경하고 있다. 곽주영 기자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묘역앞 벼룩시장에서 젊은 방문객들이 고물 시계를 구경하고 있다. 곽주영 기자

27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동묘역앞 벼룩시장. 이날 서울 낮 기온이 33도에 육박해 폭염특보가 발령된 날임에도 시장은 10~30대의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구제 의류나 가판대 위 진열돼있는 고물 시계와 안경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방학을 맞아 시장에 놀러 왔다는 김민서(18)양은 “요즘 동대문이 소셜미디어(SNS)에 많이 보여 친구들과 처음 와봤다”며 “벼룩시장에서 ‘디키즈(Dickies)’ 같은 구제 옷을 구경하고 창신동 완구거리로 넘어가 ‘말랑이’를 살 계획”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동묘 시장에서 40년 넘게 일했다는 박모씨는 “최근 두 달 새 시장을 찾는 젊은이들이 급격하게 늘었다”며 “좁은 상점에 들어와 사진 찍고 구경하는 젊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10~30대 사이에서 동대문 일대가 새로운 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키캡 꾸미기’, ‘젤꾸(젤리슈즈 꾸미기)’ ‘볼꾸(볼펜 꾸미기)’등 올해 상반기 꾸미기 열풍을 이끈 아이템과 촉감 장난감 ‘말랑이’를 온라인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묘 벼룩시장에서 구제 의류와 빈티지 액세서리를 직접 발굴하는 경험까지 하나의 즐길 거리로 입소문 나며 청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이들이 방문하는 동대문 일대 주요 장소는 총 4곳이다. 종로구 동대문신발도매상가에서 젤리슈즈를 사고, 이를 꾸밀 수 있는 각종 부자재를 구매하러 동대문종합시장을 찾는다. 이후엔 ‘어른이’들의 장난감 성지로 떠오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와 중고 액세서리나 의류를 구매할 수 있는 동묘 벼룩시장을 방문하는 식이다.

젊은 방문객들은 “고물가의 홍대·성수보다 저렴하고 전통적인 특색이 있는 동대문에 끌린다”고 입을 모았다. 동대문종합시장에서 만난 이민주(24)씨는 “홍대·성수는 팝업스토어 같은 신식 건물 위주라 느낌이 비슷한데, 동대문은 전통 시장부터 오래된 건물까지 다양하고 볼거리가 많아 재밌다”고 말했다. 문채영(23)씨는 “성수나 홍대는 인플루언서도 많아 한껏 꾸미고 가야할 것만 같지만, 동대문은 친구와 편안한 차림으로 구경오는 느낌이라 좋다”라며 “가격도 저렴해서 몸과 마음이 편하다”며 웃었다.


제헌절이었던 17일 찾은 동대문종합시장 내 5층 액세사리 상가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곽주영 기자

제헌절이었던 17일 찾은 동대문종합시장 내 5층 액세사리 상가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곽주영 기자

각종 꾸미기 열풍의 중심에 있는 동대문종합시장 5층 상가는 휴일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제헌절이었던 지난 17일 동대문종합시장은 꾸미기 부자재와 액세서리들을 파는 5층 상가만 운영했다. 원자재를 파는 다른 층 상가들은 도매업자들의 휴일에 맞춰 운영하지 않았지만, 소매객들이 부쩍 는 액세서리 상가는 공휴일이 ‘대목’이었다. 상가에서 인파를 관리하는 안전관리 요원은 “오늘 정말 역대급으로 사람이 많다”며 “토요일인 내일이 두려워진다”고 혀를 내둘렀다.

제헌절이었던 17일 찾은 동대문종합시장 내 5층 액세사리 상가에서 시민들이 쇼핑하고 있다. 곽주영 기자

제헌절이었던 17일 찾은 동대문종합시장 내 5층 액세사리 상가에서 시민들이 쇼핑하고 있다. 곽주영 기자

이곳에서 액세서리를 파는 박경희(56)씨는 “최근에 연예인이 온 후로 방문자가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는 것 같다”며 “올해 상반기동안 유행하는 상품들을 상가에 다 진열한 덕인 것 같다”고 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일한 정모(70)씨는 “옛날에는 뚜렷한 구매 목적이 있는 사업자들이 주로 방문했는데, 최근에는 구경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며 “업종 특성상 매출 증가가 쉽지 않은데, 최근에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늘어 좋다”고 말했다.

동대문 일대의 인기는 지하철 주말 이용객 수로도 확인된다. 서울교통공사가 올해 상반기 승하차 현황을 분석한 결과, 1호선 동묘앞역의 주말·공휴일 하루 평균 이용객은 2만8785명으로 평일(1만9673명)보다 46.3% 많았다. 이는 서울 지하철역 주말 승객 증가율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공사는 “최근 ‘보물찾기 명소’로 떠오른 동묘 벼룩시장 방문 수요가 주말 이용객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고 봤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동대문을 찾는 10·20대 소비도 눈에 띄게 늘었다. 중앙일보가 BC카드에 의뢰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액세서리·잡화·문구·완구 업종 매출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종로구·동대문구 일대에서 10·20대 소비 매출지수는 130.4를 기록했다. 2024년 상반기 매출을 100으로 지수화해 산출한 결과다. 103.9를 기록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증가폭(103.9→130.4, 26.5)이 홍대·성수가 있는 마포구·성동구(121.0→143.8, 22.8)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동대문 방문객 증가 효과는 인근 상권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동대문 닭한마리골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최근 장난감을 들고 찾아오는 젊은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동대문종합시장에서 만난 박유우(22)씨는 “시장 구경을 다 하고 중구 신당동 떡볶이 타운에서 저녁을 먹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찾는 서울 종로구 동묘역앞 벼룩시장. 곽주영 기자

지난 19일 찾는 서울 종로구 동묘역앞 벼룩시장. 곽주영 기자

전문가들은 동대문의 부상이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경험을 찾는 젊은층의 소비 성향과 맞물린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홍대나 성수가 보여주는 트렌드 소비와 달리 동대문은 편안함과 진정성, 감정적 회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시 관광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곽주영([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