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은 지구, 아인슈타인, 블랙홀 같은 친숙한 말만 나오다가 갑자기 코펜하겐 해석이라니 당황스럽다. 코펜하겐은 유럽에 있는 덴마크의 수도로 덴마크는 인구가 약 6백만 명 정도 되는 선진 강소국인데 지금 트럼프가 노리는 그린란드도 덴마크령이다.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는 아무리 작아도 질량을 가지고 있는데 그 움직임이 고전 역학을 따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뉴턴의 운동 법칙이 틀렸다는 말인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물리학계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항성과 행성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대포알의 궤적을 예측하던 물리학이 전자의 움직임에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물리법칙은 언제 어디서나 모든 것에 들어맞아야 하는데 고전 역학이 원자의 세계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때 덴마크의 코펜하겐 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연구하던 닐스 보어는 신 이론을 발표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거시 세계의 움직임은 고전물리학에 맡기고, 전자 크기의 미시 세계를 담당하는 양자역학이라는 황당한 이론을 소개했다. 1921년 그는 자신이 가르치던 대학에 이론물리학 연구소를 개설하고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등 후학과 교류하며 신학문인 양자역학을 이끌었다.
나중에 히틀러의 나치즘이 세를 넓히면서 덴마크를 침공하자 어머니 쪽이 유대인이었던 보어는 덴마크를 떠나 스웨덴으로 피신했고 그 후 수많은 덴마크계 유대인들의 탈출을 도왔다고 한다. 양자역학은 아직도 그 정체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역시 유대인인 노벨상 수상자이자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아무도 없다"라고 말했다.
상대성이론이 아인슈타인 혼자서 연구하고 발표한 이론이라면 양자역학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이 연구한 이론이었던 만큼 제각기 다른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에는 숨은 변수 이론, 다세계 해석, 통계 해석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 닐스 보어를 중심으로 한 코펜하겐 해석이 가장 주를 이룬다. 그들은 코펜하겐 대학의 이론물리학 연구소에 함께 일했으므로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코펜하겐 해석의 핵심은 양자 세계에서는 측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중첩 상태로 존재하다가 측정이 이루어지는 순간 그 성질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양자역학을 반박하기 위해서 에르빈 슈뢰딩거는 고양이 실험을 고안했는데 결과적으로 양자역학의 중첩 상태를 설명하는 아주 좋은 예가 되었다. 작은 상자 안에 고양이를 넣은 후 조건에 따라 독가스가 나오게 장치하고 나중에 그 고양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예측하는 사고실험이었는데 결론은 고양이가 죽었거나 살았거나 중첩된 상태로 존재하다가 관찰자가 상자 뚜껑을 여는 순간 살아 있는 고양이가 나오기도 하고 죽은 고양이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꼭 말장난 같이 들리는 이 실험으로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은 탄력을 받게 되었다.
사실 양자역학의 물꼬를 튼 사람은 아인슈타인이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양자역학 추종자들과 충돌했다. 고전물리학이 결정론을 따른다면 양자역학은 확률을 따지기 때문에 밤하늘에 떠있는 달조차 실제로 그곳에 있을지는 확률로 따져봐야 한다는 말을 들은 아인슈타인이 화를 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기 전에는 달이 그곳에 없었을 수도 있단 말이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