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올인'한 오라클…팔순 엘리슨 회장의 베팅 성공할까
90년대 인터넷 베팅해 '대박'…188조원 미상환 부채 우려 커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 인공지능(AI) 버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가운데 가장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오라클과 창업자 래리 엘리슨(81)에 대한 관심도 모인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시간) '래리 엘리슨은 AI 열풍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는 AI 버블의 상징적 인물이 될까'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엘리슨 오라클 회장이 벌이고 있는 위험한 베팅에 대해 다뤘다.
오늘날 AI 버블을 논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기업은 양강 구도를 형성한 AI 스타트업인 오픈AI나 앤트로픽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인프라 기업인 오라클이다.
이는 오라클이 AI모델 운영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에 거액을 투자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생겨난 부채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하자 엘리슨 회장은 누구보다도 신속하고 공격적으로 인프라 구축에 뛰어들었다.
2023년 사내 임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그는 AI를 '불의 발견'에 비유하며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오라클의 AI 전략을 공개했다.
말레이시아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데이터센터를 건설했고, 아랍에미리트(UAE)에도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에 백악관을 찾아가 소프트뱅크, 오픈AI와 함께 5천억 달러(약 722조원)를 들여 10GW(기가와트) 규모 전력을 확보하겠다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를 두고 NYT는 실리콘밸리 1세대이자 유일하게 현역으로 남아있던 엘리슨 회장이 뒤처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승부사 기질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엘리슨 회장이 IT업계의 변화에 베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 하반기에도 그는 인터넷 붐에 주목해 오라클의 방향을 전면 개편했다.
당시 그는 "인터넷이 컴퓨팅의 미래가 아니라면 우리는 완전히 망한 것(toast)이고, 미래가 맞는다면 '대박'(golden)이 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시도 덕에 엘리슨 회장은 2000년에 잠시나마 세계 최고 부자의 자리에 올랐다.
이번에도 성공을 꿈꾸며 AI에 거액을 투자했고,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그 선택은 옳은 것처럼 보였다.
오픈AI가 2027년부터 3천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는 소식과 실적발표가 이어지면서 오라클 주가는 43% 폭등했고, 엘리슨 회장의 자산은 4천억 달러에 육박해 한때 일론 머스크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에 다시 등극했다.
문제는 대형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는 와중에 부채가 한계 수준까지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오라클의 부채비율은 500%까지 치솟았다. 올해 6월에는 미상환 부채가 1천300억 달러(약 188조원)에 달한다고 오라클은 밝혔다.
올해 4월 주가는 지난해 9월 최고점 대비 55% 폭락했고, 오라클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인력의 18%에 해당하는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NYT는 한때는 우량 기업으로 분류됐던 오라클의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 직전까지 떨어졌으며, 한 단계만 더 내려가면 금융가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추락 천사'가 된다고 설명했다.
오픈AI가 2027년부터 5년간 3천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지만, 만약 오라클이 그 전에 무너지면 이는 연관된 AI 업계는 물론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 뇌관이 될 전망이다.
기타 고피나트 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는 AI 버블이 꺼질 경우 미 자산 가운데 20조 달러가 사라질 것이며, 이는 2000년 닷컴 버블이나 2008년 금융위기보다도 훨씬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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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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