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 논란'을 일으킨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권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사과문을 낭독했다. 연합뉴스
“저의 징계 문제가 의원들 간 갈등과 분열의 요소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낭독한 사과문의 일부다. 지난달 23일 전·현직 원내대표를 향해 ‘멱살·폭언 소동’을 벌인 권 의원은 결국 징계 절차를 밟게 됐다. 그 후폭풍으로 권 의원이 속한 초·재선 모임 ‘대안과 미래’도 창립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대안과 미래는 국민의힘 내 반윤·반장계 모임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국민의힘 의원 25인이 결성했다. 이후 장동혁 대표 체제에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6월 11일 대안과 미래는 6·3 지방선거 참패 원인이 장 대표에게 있다며 “보수는 늘 책임을 중시했다. 장 대표가 스스로 보수라 생각한다면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권영진 의원(왼쪽부터), 이성권 의원, 박정하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세 의원 모두 대안과미래 소속이다. 임현동 기자
하지만 권 의원 사태 이후 대안과 미래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달 22일 최형두 의원이 발제한 ‘정당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 이후 후속 토론회와 격주마다 열리는 조찬 모임이 연기됐다. 대안과 미래 관계자는 “휴가철인 점도 있지만, 권 의원 사태의 영향도 크다”며 향후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당사자인 권 의원 역시 의원총회를 제외한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달 28일 권 의원 본인이 주최한 ‘공공기관 이전 정책 토론회’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행사는 정점식 원내대표와 김상훈·윤재옥 의원 등 대구·경북 지역 의원, 추경호 대구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권 의원은 지난달 30일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동 주최한 ‘건축규제 합리화 토론회’에도 오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 소장파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 의원들이 지난 2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죄 무기징역 선고와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권 의원 사태를 기점으로 친장계가 맹공을 퍼부으며 공수도 뒤바뀌었다. 친장계인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허구한 날 불만을 털어놓다 안 되니 멱살을 잡는다”며 모임 이름을 ‘폭력과 변명’으로 바꾸라고 비난했다. 지도부 의원도 “대안과 미래가 이번 사태엔 사과문 하나 내지 않는 것은 모순적”이라며 “이제 누가 대안과 미래 목소릴 듣겠냐”고 했다.
이런 상황에 대안과 미래 내부에서도 성토가 나오고 있다. 대안과 미래 소속 재선 의원은 “친장계에 빌미를 줘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모임 소속 의원실에선 ‘폭력과 변명’이란 조롱성 팩스도 받고 있다고 한다. 재선 의원은 “고민은 많지만, 일단 폭풍은 지나가야 한다”고 했다.
다만 모임의 해체나 위축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긋는 분위기다. 초선 의원도 “권 의원의 행동은 잘못됐지만, 이를 모임의 존립 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친장계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당에 고언하고 쓴소리를 내겠단 기조는 더욱 공고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