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지역의 군사태세를 재편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대중국 견제로의 전략적 방향 설정은 굳어진 지 꽤 됐다. 이제 이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군사적 태세를 갖추기 위한 조율과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이 거스를 수 없는 큰 그림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대응 기조를 수립하지 않으면, 한국의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엉겁결에 배제되거나, 엉겁결에 끌려가는 것이다. 참여의 여부와 수준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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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군사협력 네트워크의 부상
이재명 정부가 한·미·일 3자 국방협력의 동력을 유지해가고 있는 것, 한국 해군 제독이 지난 6월 말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해상 훈련인 림팩(RIMPAC)에서 최초로 연합해군 구성군사령관을 맡은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2026 환태평양훈련(RIMPAC)에 참가한 연합해군 전력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하와이 제도 북부에서 해상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해군은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호위함 대전함, 상륙함 천자봉함이 참가했다. 올해 훈련에서 김인호 해군 기동함대 사령관(해군 소장)이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 임무를 맡았다. 미 해군
하지만, 한국이 포함될 법도 한데, 그렇지 않은 새로운 다자 군사협력 네트워크가 늘고 있다.
인도·태평양사령부 임무 네트워크(INDOPACOM Mission Network, IMN)는 미국·일본·필리핀·캐나다·호주·뉴질랜드 간 군사협력체계로서, 2026년 5월 처음 가동됐다. 미국은 이를 통해, 기존의 양자 동맹을 넘어 다자 차원에서 군사 작전 데이터와 전장 정보를 공유하려 한다.
이러한 흐름은 정보뿐만 아니라 연합작전과 군수지원 체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2026년 7월, 미국·일본·호주 3국은 호주 북부에서 5세대 스텔스 전투기(F-35A) 중심의 최초의 공중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같은 달 일본 항공자위대·미국 공군·호주 공군은 캔버라에서 상호 군수지원 협정을 체결했다. 이로써 3국은 유사시 연료와 장비를 탄력적으로 상호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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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영역임무부대의 한국 배치 구상
한편, 한국의 영토를 입지로, 한국과의 협력을 전제로 하지만, 한국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구상들이 모습을 드러내 진화하고 있다. 해당 구상들은 데이비드 맥스웰(David Maxwell)과 마커스 갈라우스커스(Markus Garlauskas) 등 주한미군 근무 경험을 가진 군사 전문가들에 의한 것으로, 저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물론 미국 의회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방안들이다.
미국 육군 제1 다영역부대(MDTF)에 배치된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 다크 이글. 미 육군
그중 하나는
다영역임무부대(Multi Domain Task Force, MDTF) 배치 구상이다. MDTF는 모든 전장 영역에서 정밀 효과 및 정밀 화력을 발휘하는 미 육군의 전구급 기동 부대다. MDTF의 한국 배치는 주한미군을 미군의 역내 다영역 작전망에 연결하는 것을 뜻한다. 자비에 브런슨(Xavier Brunson)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 배치 가능성을 말한 MDTF 예하 ‘다영역 효과대대(Multi-Domain Effects Battalion·MDEB)’는 정밀 효과를 담당한다. 우주·정보·전자전 및 사이버 작전을 통해 적의 명령이나 정보, 감시, 정찰 체계를 방해 또는 무력화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사실 제3MDTF 일부가 이미 지난해와 올해 한미연합훈련에 참여해, 배치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
한미연합다영역임무부대(Combined US-ROK MDTF)’를 한국에 신설하는 방안을 제기했다. 육군의 MDTF를 모델로 같은 기능을 갖되, 한국에는 연합의 구조를 갖는 MDTF 부대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제안에는 주둔 중인 제210 화력여단과 정밀 화력 수단인 M270A2 신형 다연장 로켓 등을 통합하자는 구체적인 내용도 들어있다.
위 대안들은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가? 충분히 부합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어떤 대안을 원하는가? 이 질문은 다음의 구상에도 그대로 적용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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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사령부 창설 구상
미국 전문가들 구상의 또 다른 사례는 ‘
동북아사령부(Northeast Asia Command, NEACOM)’ 창설이다. 동북아사령부가 처음 거론된 것은 30년 전의 일이다. 1997년 존 틸러리(John Tilelli) 장군이 유엔군사령관 자격으로 당시 미국 국방장관에게 제안했던 내용으로서, 오늘날 전문가들의 설익은 발상으로 평가절하하긴 어렵다. 맥스웰은 몇 해 전부터 이를 현재의 전략환경을 고려해 재구성해왔고, 지난해 12월 말 한미연합사가 주최하는 ‘제2회 한미 연합정책포럼’에서 발표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미 육군 대장)이 한국의 지리적 위치는 취약점이 아닌 전략적 이점이라며 공개한 '뒤집힌 한반도 지도'. 주한미군
주최 측이 호응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맥스웰이 발표할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관련 구상은 꽤 회자됐다. 그러나 미국의 통합지휘계획(Unified Command Plan)에 반영된 새로운 전투사령부를 설치하는 구상은 합참·국방부·대통령·의회를 거치는 지난한 절차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설령 미국 정부에 의해 검토된다 해도 단기적으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갈라우스커스도 동북아사령부 창설을 주장하는 글을 게재했다. 두 전문가의 구상은 한국과 일본의 서로 분리된 미군 지휘구조로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북한이 연계된 동북아의 복합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이를 해결하고자 한반도에서 미군의 영향력 강화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세부적인 방안이 조금 다르다.
맥스웰은 태평양사령부는 중국을 바라볼 것이기 때문에, 직접 미국 전략사령부와 교류하며 북한의 핵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지역전투사령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구상에서 동북아사령부는 태평양사령부와 동등한 위상을 갖고, 한·미연합사령부를 예하에 둔다. 일본은 ‘융합셀(Fusion Cell)’로서 동북아사령부와 태평양사령부를 연결한다. 그리고 동북아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해, 한반도 정전관리 권한과 유엔사 후방기지 권한이 동북아사령부로 사실상 통합된다. 즉, 유엔군사령부의 재활성화를 뒷받침하는 안이다.
한국 관점에서 갈라우스커스의 구상은 더욱 급진적이다. 북핵 위협을 중심에 두기보다, 중국이 야기할 위기 또는 전시 상황의 하부 또는 연계된 위협으로 인식한다. 그가 주장하는 사령부는 태평양사령부 예하 준통합사령부로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단일 계선 하에 둔다. 한반도 분쟁과 대만 분쟁이 분리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한·일 간 정치적 마찰을 우회하면서 제1 도련선에
킬웹(Kill Web)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관련해 브런슨 사령관도 제1 도련선을 따라 한국·일본·필리핀을 묶는 킬웹 구축이 필요하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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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층적 군사협력 구조 속에서 한국이 원하는 자리 찾기
앞서 설명한 모든 군사적 움직임과 구상은 미국이 양자동맹 중심의 기존 층위 위에, 다자 네트워크의 지역 군사태세를 한층 더 얹어가는 과정을 시사한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일본 총리의 ‘
아시아판 NATO’, 엘라이 라트너(Ely Ratner) 전 국방부 인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
태평양 방어 조약(Pacific Defense Pact)’ 구상도 이를 전략적 수준에서 아우르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처럼 한·미동맹의 시야 확장과 구조적 변화는 거스를 수 없으며 필연적이다. 우리는 그 변화에 적극 뛰어들 것인가, 아니면 변화 앞에 침묵하기를 택할 것인가?
진영승 합동참모의장과 김규하 육군참모총장, 김성민 연합사 부사령관, 조세프 힐버트 미8군사령관, 최성진 육군 제7기동군단장 등이 지난해 11월 20일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에서 열린 '한미 연합 도하 훈련'을 찾아 육군 제7공병여단과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다목적 교량중대가 함께 구축한 연합 부교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한국 정부는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준비하지 못했다. 그 답은 다각도의 검토와 과단성 있는 전략적 결정을 요구하지만, 둘 다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여에는 연루의 비용이, 배제에는 소외의 비용이 따른다. 그래서 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전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전략이 되려면, 적어도 무응답이 잘못 해석될 소지는 막아야 한다. 그리고 무응답이 축적된 결과는 훗날 돌이키기 어려울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그러기보다, 미국의 군사태세를 재편하려는 다양한 구상들이 자유롭게 논의되는 지금, 원하는 바를 명확히 해 한국의 이해를 반영할 공간을 키워야 할 때다. 만일 얼토당토 않은 구상이라면, 제대로 붙어 다퉈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