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인 이랑(40)이 4년에 걸쳐 쓴 에세이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이야기장수)는 언니의 죽음에서 출발한다.
공부 잘하고 춤추는 걸 즐기고 가족을 사랑해 끝까지 책임지려 했던 언니. 그만큼 책임지고 부양할 일이 많았던 언니가 스스로 생을 마감해버리자 이랑은 ‘가족 얘기를 속시원하게 털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을 잃어버렸다.
언니와 이랑, 이 자매에게 집이란 ‘부서진 둥지’였다. 가족은 ‘어떻게든 견뎌내야 하는 숙제’였다. 아빠의 상습적인 가정 폭력, 엄마의 깊은 우울증, 장애가 있는 막내 남동생…. 이 틈바구니에서 언니는 이랑의 유일한 구원자이자 함께 미쳐갔던 동지였다.
도저히 집을 견디지 못해 18세에 집을 나와 고시원에 들어간 이랑을 찾아와 준 유일한 가족도 언니뿐이었다. 이랑과 달리 집에 남아 집을 책임졌던 언니는 한때 동생을 향해 “너는 너 하고 싶은 대로만 산다”며 이기적이라 탓했지만, 나중엔 “너라도 너 하고 싶은 대로 살라”고 응원했다.
이랑은 가수뿐 아니라 작가로,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다. 소외된 사람들, 죽음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음반상과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했다. 대표 앨범으로는 '신의 놀이'(2016), '늑대가 나타났다'(2021) 등이 있다. 강정현 기자.
그런 언니를 잃고 상실의 고통 속에 몸부림치던 이랑은 가족의 이야기를 글로 썼다. 고통의 근원인 가족의 얼굴을 하나씩 직면했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엄마와 언니,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각자 다른 방식으로 피폐해져 갔는지를 ‘죽기살기’로 기록했다. 그리고 4년 만에 이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세상에 내놨다.
" 엄마를 미치게 만든 그 잔혹한 굴레 속에서 언니와 저 또한 미친 사람이 됐어요. 그나마 전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미친년’이라 다행이에요. "
Q : 언니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저랑 정반대의 사람이었어요. 마음에 맞지 않으면 튕겨나가는 예민한 저와는 달리, 언니는 원하는 게 있어도 내세우지 않고 꾹꾹 참는 사람이었죠. 학교에선 존경받는 특수 교사였고, 집안에선 모두가 의지하는 장녀였어요. 너무도 훌륭하게 맡은 역할을 해냈죠. 주위엔 늘 친절하고 활발한 모습을 유지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천사견으로 불리는 ‘골든 리트리버’ 같았어요. 근데 그게 언니를 소진하게 만든 거예요. 언니는 20대부터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했거든요. 맡은 역할을 수행하느라 정작 자기 안에서 터져나오는 비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거예요.
Q : 책에선 그걸 ‘장녀병’이라고 표현했어요.
변변한 직업이 없는 아빠, 전업주부인 엄마, 그리고 편찮으신 외할머니. 이렇게 어른 셋을 언니가 부양했어요. 언니는 엄마와 아빠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죠. 종종 제게 전화해 하소연하며 울었는데, 그때마다 전 언니에게 “장녀병 걸린 게 확실하니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십수 년을 물심양면으로 돕던 언니는 결국 장녀병에서 탈출하지 못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