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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낳아드려요” 외국인女 계약…‘무국적 아이’ 늘어난다 [세계한잔]

중앙일보

2026.08.01 16:00 2026.08.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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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태어났지만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 여권도, 국적도, 법적으로 인정받는 부모도 없다. 외국인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무국적 아이’의 이야기다.

최근 고령 여성과 동성 커플, 난임 부부 등을 중심으로 해외 대리모 이용이 늘면서 무국적 아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전 세계 무국적자는 2020년 417만9000명에서 지난해 447만7000명으로 약 30만명(7%) 증가했다. 전 세계 외국 대리모 출산 규모를 집계한 통계는 없지만, 영국에서는 대리모 출산이 2015년 이후 두 배로 늘어 지난해 981건을 넘어섰으며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졌다고 영국 가디언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실제 지난해 영국의 한 부부는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에서 우크라이나인 대리모를 통해 쌍둥이를 얻었지만, 이들이 얽힌 3개국이 각각 대리모를 인정하는 법이 달라 약 4년 동안 아이들을 영국으로 데려오지 못 했다. 키프로스에서는 대리모를 법적 어머니로 인정하지 않았고, 영국에서는 법원의 부모 인정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 의뢰 부부를 부모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고등법원은 이 사건을 계기로 해외 대리모 출산이 자칫 아이를 ‘영구적인 무국적자이자 법적 부모가 없는 상태’에 놓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옌스 슈판(오른쪽) 독일 기독민주당(CDU) 원내대표와 남편 다니엘 푼케가 2018년 7월 25일(현지시간) 바이에른주 바이로이트의 리하르트 바그너 축제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당시 이들이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들을 얻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독일 내 대리모 합법화에 반대해온 CDU의 입장과 맞물려 논란이 일었다. AFP=연합뉴스

옌스 슈판(오른쪽) 독일 기독민주당(CDU) 원내대표와 남편 다니엘 푼케가 2018년 7월 25일(현지시간) 바이에른주 바이로이트의 리하르트 바그너 축제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당시 이들이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들을 얻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독일 내 대리모 합법화에 반대해온 CDU의 입장과 맞물려 논란이 일었다. AFP=연합뉴스


국제사법적 쟁점을 논의하는 국제기구인 헤이그국제사법회의(HCCH)에선 “국가 간 법적 공백으로 무국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국적은 보통 출생한 국가에서 부여하는 ‘출생지주의’와 부모의 국적을 물려받는 ‘혈통주의’를 기반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국가마다 국적법과 대리모 관련 법이 달라 출생국과 부모의 본국 모두에서 국적이나 부모 관계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아이는 법적 부모가 없는 것은 물론, 국적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이 커진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이 국적을 취득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HCCH 역시 15년 동안 외국 대리모 부모 관계와 국적 인정 기준을 담은 협약 제정을 추진했지만 최근 논의를 중단했다. 대리모를 인권 침해로 보는 국가와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국가 간 윤리적 견해차가 끝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에서 “국제 대리모 증가로 새로운 무국적 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 간 국적법 정비와 국제 공조가 시급하다”(유럽무국적자네트워크)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에스토니아 동부 국경도시 나르바의 나르바 케스크린나 학교에서 지난 1월 16일(현지시간) 학생들이 에스토니아어 수업을 듣고 있다. 당시 나르바 주민의 약 3분의 1은 러시아 국적을, 약 7000명은 무국적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AFP=연합뉴스

에스토니아 동부 국경도시 나르바의 나르바 케스크린나 학교에서 지난 1월 16일(현지시간) 학생들이 에스토니아어 수업을 듣고 있다. 당시 나르바 주민의 약 3분의 1은 러시아 국적을, 약 7000명은 무국적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AFP=연합뉴스




국가마다 엇갈린 대리모 규제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스웨덴·스위스 등 유럽 다수 국가는 대리모를 금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한다. 덴마크의 경우 해외 대리모를 통한 부모 관계를 인정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반면 미국 일부 주는 상업적 대리모를 허용하고, 멕시코는 연방 차원의 통일된 규제가 거의 없다.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한 여성이 아들의 손을 잡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한 여성이 아들의 손을 잡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멕시코에서는 대리모를 둘러싼 여성 착취 논란이 커지고 있다. 빈곤층 여성이 경제적 이유로 대리모 계약을 맺는 사례가 많은데, 계약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출생 아동의 신분 등록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인도·태국·네팔·캄보디아 등은 한때 저렴한 비용과 느슨한 규제로 외국인의 주요 대리모 출산지로 떠올랐지만, 여성 착취와 아동 신분 논란이 커지자 규정을 강화하는 중이다. 중국은 모든 형태의 대리모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는 관련 법률은 없지만, 대리모 시술이 사실상 제한되고 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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