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잠정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한 뒤 가동이 중단된 기쿠요마치의 소니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 구마모토 테크놀로지센터. 이달 4일부터 일부 생산 공정이 재개된다. 로이터=연합뉴스
25일에서 7일로.
일본 구마모토현 소니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이 지진으로 멈춘 일부 생산공정을 다시 돌리기까지 걸린 시간이 10년 만에 대폭 줄었다. 소니 측은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는 첫 발생 25일 뒤인 5월 9일부터 측정공정을 단계적으로 재개했지만, 이번엔 지진 발생 7일만인 이달 4일부터 재개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달 28일 규모 7.1의 지진으로 구마모토현 일부에서 일본 기상청 기준 최대 진도 7의 흔들림이 관측됐을 때만 해도 공급망 장기 마비 우려가 나왔지만, 주요 공장은 속속 재가동 일정을 내놓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구마모토를 중심으로 한 규슈 ‘실리콘 아일랜드’의 생산 차질이 예상보다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규슈는 풍부한 지하수를 바탕으로 소니, TSMC,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미쓰비시전기 등의 생산시설이 밀집해 ‘실리콘 아일랜드’로 불린다.
7월 31일 규모 7.1의 지진이 일본 남부 구마모토현을 강타한 뒤,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있는 대만 TSMC의 일본 자회사 JASM 반도체 공장. 로이터=연합뉴스
소니 측이 빠르게 생산 재개에 나설 수 있는 것은 클린룸과 주요 생산설비가 심각한 피해를 피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2016년에는 정상화까지 3개월 넘게 걸렸지만, 이달 중순이면 지진 전 가동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업체들도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미쓰비시전기는 지난달 30일부터 고시시와 기쿠치시의 전력반도체 공장 설비를 순차적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회사는 건물에 큰 손상이 없고 클린룸도 재가동했다고 밝혔다. 르네사스는 니시키공장을 지난달 29일부터 다시 돌리기 시작했고, 31일 지진 전 생산 수준을 회복했다.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를 만드는 가와시리공장은 5일부터 단계적으로 생산을 재개한 뒤 약 3주 안에 지진 전 수준으로 회복할 계획이다. 도쿄일렉트론규슈도 건물과 설비에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3일부터 생산·개발 거점을 재가동한다.
조기 복구에는 지난 10년간의 대비도 영향을 미쳤다. 호리이 나오야(堀井直也) 소니그룹 경영기획관리 담당 임원은 지난달 31일 결산 설명회에서 “지난 10년간 건물과 생산설비의 내진 강화를 추진해왔다”며 “사내뿐 아니라 파트너 기업과도 평소부터 협의하며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같은 자리에서 타오린(陶琳) CFO는 가장 큰 이유로 “피해 정도가 다르다”는 점을 들면서도, 2016년 이후 신속한 재가동을 위한 경험을 축적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손실 규모도 10년 전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2016년 당시 소니 반도체 사업이 입은 물적 손실과 생산 차질에 따른 기회손실은 보험금을 제외하고도 280억엔(약 2569억원)에 달했다. 반면, 타오린 CFO는 “반도체 사업의 연간 실적을 크게 변동시킬 정도의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쓰비시전기 측도 “10년간 대책을 추진한 결과 피해가 전보다 적을 것”으로 밝혔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미쓰비시전기는 2016년 지진 이후 신축 건물에 면진구조를 채택하는 등 대책을 강화했다고 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의 일본 자회사 JASM은 가동을 단계적으로 재개하면서도 완전 정상화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구마모토 제1공장은 전력과 용수,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정밀 제조장비의 검사와 재조정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한다. 완전 정상화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공장 복구와 달리 주민들의 일상은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다. 이번 지진으로 구마모토현에서는 38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는 총 143명으로 집계됐다. 주택 3649채가 파손됐고 6만9400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218개 대피소에서는 9045명이 생활하고 있다.
7월 31일 일본 구마모토현 우키시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일본 주민.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2016년 지진보다는 감소한 규모다. 당시 사망자는 275명, 부상자는 2739명에 주택 19만8385채가 파손됐다. 7명이 숨진 이온몰 구마모토의 구조 활동은 1일 종료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3일 구마모토 방문을 검토 중이다.
한편 5일 개막하는 여름 고시엔에서는 구마모토현 대표 아리아케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아리아케고는 야구부 창단 30년 만에 처음 고시엔 본선에 올랐다. 선수단은 지진으로 규슈의 신칸센 일부 구간이 멈추자 하카타역까지 버스로 이동한 뒤 신칸센으로 갈아타고 지난달 30일 오사카부 사카이시 숙소에 도착했다.
7월 30일 구마모토현 대표 아리아케 고교 주장 사네다 사토시(實田聡志)가 "재해를 당한 분들에게 용기를 전할 수 있도록 우리들의 야구를 하면서 승리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구마모토아사히TV 캡쳐
7월 30일 구마모토현 대표 아리아케 고교 선수들이 지역 주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고시엔 무대로 향하고 있다. 구마모토아사히TV 캡쳐
주장 사네다 사토시(實田聡志)는 10년 전 지진을 직접 겪었던 경험이 있다. 2016년 지진 당시 자택이 반파되자 깨진 창문을 통해 탈출해 오랫동안 가설주택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사네다는 “그때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용기와 활력을 전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