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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때린다”던 트럼프, 이란 공격 전격 취소...그 뒤엔 이 사람

중앙일보

2026.08.01 23:24 2026.08.02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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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있는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각료 회의를 마친 뒤 자리를 떠나며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있는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각료 회의를 마친 뒤 자리를 떠나며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초강경 군사행동을 예고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군사공격을 전격 취소했다. 이에 따라 전운이 고조됐던 중동 정세가 다시 협상 국면으로 급선회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대규모 공습을 접기로 결정한 데엔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것을 우려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볼 수 없었던 군사적 위협과 힘, 위력을 바탕으로 이란에 맞설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다른 중동 국가들이 합의의 기본 틀이 마련됐다며 공격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개방, 이란 핵위협 종식’ 조건”

기본 합의 틀에는 호르무즈해협의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전면적인 개방과 이란의 핵 위협 종식이 포함된다고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요청에 따라 전 세계의 미래 이익과 성공적이고 번영하는 이란의 생존을 위해 신속하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조건 하에 공격을 취소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도 이 약속에 동참한다. 모두 일을 시작해 이 일을 완수해 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워싱턴 DC 인근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각료 회의에서 대(對)이란 고강도 공습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당시 그는 “어느 시점에는 그들(이란)이 ‘더는 못 참겠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며 이란을 압박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국가들의 요청으로 이란에 대한 공격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국가들의 요청으로 이란에 대한 공격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앞서 미 언론 “주말 이란 대공습” 보도

특히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BS,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등 주요 언론에서 최근 미군이 이란의 석유·가스 시설 등 핵심 에너지 인프라를 대상으로 한 최고 수준의 공습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맞물려 중동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던 상황이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굴복시키기 위한 새로운 공격을 지시했으며 이번 주말부터 수일간 대규모 공습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CBS와 악시오스도 미국이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최고 수준의 공습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이번 공습에는 수주 만에 처음으로 이스라엘군이 참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CBS와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명령을 내리지는 않은 상태”라고 보도해 외교적 해법 모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국 중부사령부가 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 옛 트위터)에 올린 사진. 미 육군 CH-47 치누크 헬기가 중동 한 지역에 착륙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X 캡처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국 중부사령부가 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 옛 트위터)에 올린 사진. 미 육군 CH-47 치누크 헬기가 중동 한 지역에 착륙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X 캡처



중동 미 대사관들도 “출국 준비해야” 경계령

미군은 지난달 11일부터 23일까지 13일 연속 이란을 공습한 뒤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지난달 29일부터는 산발적인 교전이 재개되는 흐름이었다. 요르단·이라크·이스라엘 등 주요 중동 국가에 주재하는 미국 대사관들도 1일 성명을 통해 중동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무력 충돌 확산 가능성을 경고하며 “각별한 주의와 경계를 늦추지 말고, 사태 악화 시 출국을 고려하거나 준비해야 한다”고 알렸다.

이같은 경계령은 이번 주말 미군이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를 상대로 강도 높은 폭격에 나설 수 있는 언론 보도가 이어진 직후 나온 것이었다. 미군 공습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이란이 보복 조치로 중동 내 여러 미군기지나 미대사관 등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서였다.



“사우디 빈살만, 트럼프에 공습 자제 요청”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이 유력했던 대규모 공습을 접기로 결정한 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설득이 있었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빈살만 왕세자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동 지역 내 긴장 완화를 촉구하며 대규모 추가 공습 자제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미국의 대규모 공습 시 이란이 예멘 내 친이란 후티 반군, 이라크 내 친이란 성향 시아파 민병대 등 역내 대리세력을 동원해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는 물론 걸프 국가 에너지 시설에 대한 보복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한다. 이같은 확전이 중동 전역을 전쟁터로 만들 수 있다고 보고 미국에 추가 공격 자제를 설득했다는 것이다. 실제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휴전 기간 동안 미국이 다시 공격할 경우 대리 무장세력들과 함께 미국 및 동맹국을 동시다발로 공격하는 비밀 계획을 수립했다고 1일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튀르키예·파키스탄 등 중동 지역 인근 국가들도 역내 긴장 완화를 강하게 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장기화한 군사작전에 따른 미군의 전력 부담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유럽사령부를 이끄는 알렉서스 그린케비치 사령관은 최근 국방부에 “이스라엘 방어를 지속할 만큼 미 해군 전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비공개로 보고했다. 유럽사령부는 러시아의 팽창 억지를 주 임무로 하고 지중해 군사작전 조율에도 관여하는데 해군 전력 추가 지원이 없으면 이스라엘 방어보다는 미 본토에 위협이 되는 러시아 견제에 주력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보고했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달 30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군의 대표적 요격 미사일 패트리엇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재고량이 이란 전쟁 이전의 35~4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처럼 급감한 미사일 재고분은 미국이 서태평양에서 중국과 있을 수 있는 전쟁에 대비하는 군사태세에 중·단기적으로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결국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의 확전 우려와 미군 내 무기 재고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 계획을 일단 접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 “단호히 대응할 준비” 강경론 고수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발리아스르 광장에 설치된 대형 정치 광고판 앞을 현지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발리아스르 광장에 설치된 대형 정치 광고판 앞을 현지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취소’ 발표가 있기 전 대공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던 상황에서 이란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과의 통화 사실을 밝히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어떠한 침략이나 역내 국가들의 행동 가담은 단호하고 비례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경고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각각 가진 통화에서도 “이란은 주권과 영토를 지키고 국가안보를 수호하며 어떠한 공격에도 단호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중재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이란 핵위협 종식’이라는 조건을 전제로 공격 취소를 결정한다고 했지만, 미·이란 간 협상이 합의에 이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국은 지난 6월 17일 ‘60일 휴전’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 체결 뒤에도 채 3주가 지나지 않아 무력충돌을 재개했고, 지난달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휴전은 끝났다”고 선언한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에도 최종 합의 성사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이븐 알레자 이란 국방장관 직무대행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발표는 심리전과 치밀하게 계산된 갈등 조장의 일환”이라며 “결코 허를 찔리거나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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