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자신이 추진했던 이른바 월드컵 민영화 계획이 무산되면서 회장 4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AFP=연합뉴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이른바 월드컵 민영화 계획이 유럽축구연맹(UEFA) 등 전 세계 축구계의 거센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인판티노 회장의 정치적 입지도 함께 흔들리게 되면서 내년 FIFA 차기 회장 선거 판도도 요동치게 됐다.
앞서 FIFA는 월드컵과 클럽 월드컵 등 주요 대회 운영을 전담할 자회사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를 설립하고 자회사 지분 20%(약 42억 달러 규모)를 사모펀드 등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매각 수익을 211개 회원국에 최대 2000만 달러씩 지원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이에 UEFA를 필두로 전 세계 축구기구가 반발했다. UEFA는 55개 회원국의 월드컵 등 FIFA 대회 전면 보이콧 카드를 꺼냈다. 아시아연맹(AFC)과 북중미연맹(CONCACAF)이 UEFA에 동조했다. FIFA 내부에서도 반발도 터져 나왔다. 결국 인판티노 회장은 "(FFE 추진이) 본래 목적과 달리 축구계의 분열을 초래했다"며 계획을 백지화했다.
위로부터 유럽축구연맹(UEFA)와 국제축구연맹(FIFA) 로고. AFP=연합뉴스
당초 인판티노 회장은 월드컵 본선 48개국 확대 등으로 회원국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무난한 회장 4연임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일로 그의 밀실 행정과 상업주의에 비판이 쏟아졌고 연임 가도에 비상등이 커졌다. 3연임에 성공한 지난 2023년만 해도 그는 단독 출마해 사실상 박수로 추대됐다. 이번에는 FFE 저지에 앞장선 UEFA를 중심으로 한 유럽 축구계는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반 인판티노 후보를 내세울 전망이다.
비단 이번 FFE추진 건 뿐만 아니라, FIFA는 그간 UEFA와 사사건건 갈등했다. 그 과정에서 지도 체제가 공고해지기도 했지만 때로는 바뀌기도 했다. 인판티노 회장이 FIFA를 처음 맡은 2016년 이후 지난 10년 동안에도 FIFA와 UEFA는 세계 축구의 주도권과 상업적 이익, 경기 일정(캘린더) 등의 주요 사안을 놓고 대립했다.
FIFA는 월드컵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UEFA와 끊임없이 갈등하고 맞부딪혔다. 사진은 북중미월드컵 우승팀 스페인의 우승 세리머니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2018년 인판티노 회장은 일본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지원받아 확장판 클럽 월드컵 및 글로벌 네이션스 리그를 추진했다. 하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럽선수권대회(유로)의 가치 훼손을 우려한 UEFA 반대에 부닥쳐 원안대로 추진하지 못했고, 규모를 줄이거나 성격을 바꿔 재추진했다. 또 FIFA는 2021년에는 월드컵 격년 개최안을 들고 나왔다. 이때도 선수 혹사 및 대륙별 국가대항전의 위상 추락을 우려한 UEFA, 남미연맹(CONMEBOL)의 반대에 직면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까지 반대하자 격년 개최안을 접었다. FIFA는 지난해 UEFA의 반대에도 다시 한번 클럽월드컵 확대를 추진해 32개 팀 체제로 첫 대회를 열었다.
FIFA와 UEFA의 주도권 갈등은 인판티노 회장 전임자인 주앙 아벨란제, 제프 블라터 전 회장 시절에도 빈번했다. 다만 인판티노 회장 시기 갈등이 상업화와 경기 일정 등의 주도권 다툼이라면 전임 회장 시절에는 UEFA의 유럽 중심주의와 FIFA의 축구 세계화가 충돌한 권력 다툼 양상이었다. 1974년 아시아와 아프리카 회원국 표심을 등에 업고 FIFA 수장이 된 아벨란제 전 회장은 UEFA 반대를 무릅쓰고 16개국 체제 월드컵을 1982년 24개국 체제도 확대했다. 블라터 전 회장 역시 1998년 월드컵을 32개국 체제로 확대했고 같은 해 회장 선거에서 렌나르트 요한손 당시 UEFA 회장 물리쳤다. FIFA는 요한손을 지지했던 유럽 빅클럽(G14)과도 국가대표 차출 문제로 충돌했고, 선수 차출 보상제도 도입 계기가 됐다.
UEFA는 월드컵 확대 등 FIFA의 확장정책에 반대하며 번번히 부딪혔다. UEFA 대회의 가치 훼손 우려가 중요한 갈등 원인이었다. 사진은 PSG이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세리머니 모습. AFP=연합뉴스
한편, 차기 FIFA 회장은 내년 3월 18일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릴 제77차 FIFA 총회에서 전체 회원국 투표로 뽑는다. 후보 등록은 오는 11월 18일 마감인데, 인판티노 회장이 이미 출마를 선언했다. 그밖에 빅터 몬탈리아니 CONCACAF 회장, 다리우스 미오두스키 레기아 바르샤바 구단주,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 마티아스 그라프스트뢰름 FIFA 사무총장 등이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은 불출마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