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민영화에 실패한 FIFA가 본선 참가국을 기존 48개국에서 64개국으로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실행에 옮긴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사진)이 관련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월드컵 운영권을 민간 기업에 매각하려던 국제축구연맹(FIFA)의 계획이 축구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지분 일부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에 팔아 최대 42억 달러(약 6조원)를 조달하려 했으나, 유럽축구연맹(UEFA)이 월드컵 불참 카드까지 꺼내며 강하게 반발한 데다 내부 직원들과 주요 투자자들마저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2030년 월드컵 본선 참가국을 64개국으로 늘리는 방안을 속전속결로 추진하며 또 다른 승부수를 던졌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일(현지시간) “FIFA가 월드컵 본선 참가국 확대 방안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올렸다”며 “최근 막을 내린 북중미 월드컵에서 최대 150억 달러(약 21조원)의 수입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대회 규모를 더 키워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야망을 드러낸 것”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FIFA는 지난달 30일 “64개국 체제가 축구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할 외부 독립 기관을 선정하겠다”며 논의를 공식화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FIFA는 오는 14일 업체를 선정하고 다음 달 11일까지 최종 보고서를 받아볼 만큼 속전속결이다. 가디언은 “참가국 확대에 대한 FIFA의 최종 결정이 올해 안에 내려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내년 3월 4선 도전을 앞둔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본선 참가국 64개국 확대를 통한 수입 증대를 치적으로 내세운다는 구상이다. AP=연합뉴스
내년 3월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월드컵 민영화 실패로 입지가 좁아진 인판티노 회장에게 본선 참가국 확대는 사활을 건 카드다. 인판티노 회장은 “세계 축구의 평준화 흐름 속에서 모든 FIFA 가맹국이 월드컵 참가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참가국을 늘려 수익을 증대시키고, 개발도상국 회원국에 분배금을 더 주면서 회장직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포브스는 “중국이 본선에 진출할 경우 FIFA가 얻을 추가 수입만 20억 달러(약 2조9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UEFA 등은 “경기 수준과 대회 권위가 떨어지고, 유럽 빅리그 선수들의 피로 누적과 부상 위험이 급증하며, FIFA의 무리한 돈벌이가 유럽 클럽 축구 생태계를 훼손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FIFA가 돈 욕심에 월드컵을 지나치게 키우면 각 대륙 선수권, 프로 리그 등 축구 생태계가 위험해진다는 주장이다.
64개국 체제 본선 티켓 배분안에 따르면 유럽 21장, 아프리카 12장, 아시아 10장, 북중미와 남미 각 8장, 오세아니아 1장, 대륙 간 플레이오프 4장이 할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