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한 모임 관계자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 촉구 근조화환을 설치하고 있다. 뉴스1
금융당국이 증시 변동성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겨냥해 '긴급시장안정화조치권(가칭)' 도입에 착수했다. 두 차례 대책에도 시장 변동성이 지속되면서, 배율 조정 등 강력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긴급시장안정화조치권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세부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29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보완대책을 발표하면서 "긴급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예고한 데 따른 후속 입법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개정안은 지난달 24일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도입한 '가변 레버리지(flexible leverage)' 제도를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은 오는 3일부터 운용사가 시장 상황에 따라 레버리지 배율을 하루 단위로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장 마감 후 다음 거래일에 적용할 목표 배율을 공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존 '2배 레버리지 ETF'는 '최대(Max) 2배 레버리지 ETF'로 상품명이 변경되며, 극단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배율을 절댓값 기준 최소 1.1배까지 낮출 수 있다
홍콩이 가변 레버리지 제도를 도입한 배경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급격한 성장과 시장 변동성 확대가 있었다.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출시한 CSOP의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는 6월 하순 운용자산(AUM)이 200억 달러를 넘어서며 홍콩 최대 ETF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후 기초자산인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하면서 상품 가격도 고점 대비 약 80% 하락했다. 이에 홍콩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운용사가 스스로 레버리지 배율을 낮춰 리밸런싱 규모를 줄이고, 시장이 안정되면 다시 배율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투자자는 운용사가 전날 공시한 다음 거래일 목표 배율을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김주원 기자
반면 한국은 홍콩과 달리 현행법상 기존 상품의 배율을 조정하려면 수익자총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수익자총회는 출석한 수익자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된 수익증권 총좌수의 4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문턱이 높다. 변제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도 지난달 16일 브리핑에서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주주총회보다 더 힘들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긴급 상황에서 별도의 수익자총회 없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다만 국내에서 추진하는 긴급시장안정화조치권은 홍콩보다 금융당국의 개입 여지가 더 큰 형태로 설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이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운용 방식을 유연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국내 개정안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뿐 아니라 다양한 시장과 시장 참가자를 대상으로 긴급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향이라서다. 또한 운용사가 투자 매력과 거래량 감소를 우려해 적극적으로 배율을 낮추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직권으로 배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강력한 조치도 고려되고 있다. 일정 기간 신규 설정을 제한하는 '신규 설정 일시 중단'이나 일정 시간 단일가로만 거래하도록 하는 '개별 종목 단일가매매 전환' 등도 긴급조치권을 통해 검토 가능한 조치로 거론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치 대상과 발동 요건, 조치 내용, 적용 기간 등 세부 방안은 관계기관 및 업계와의 논의를 거쳐 확정한 뒤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