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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명 밀려들자 해상 방벽 설치하는 스페인…EU는 내부 분열에 긴급회의 소집

중앙일보

2026.08.02 01:25 2026.08.02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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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스페인령 세우타 타라할 해변에서 모로코발 대규모 이주민 유입 이후 한 이주민이 터널 안에 몸을 숨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스페인령 세우타 타라할 해변에서 모로코발 대규모 이주민 유입 이후 한 이주민이 터널 안에 몸을 숨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인이 사상 초유의 대규모 밀입국 사태가 벌어진 자국령 북아프리카 세우타에 해상 방벽을 설치하기로 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내무부는 이날 시민경비대가 타라할 방파제에 해상 방벽 설치 작업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타라할 방파제는 모로코에서 세우타로 넘어오는 이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경로 중 하나다. 지난달 30일 세우타에서 약 5~6만 명이 육로와 해상을 통해 한꺼번에 무단 진입하는 사태가 벌어진 뒤, 대응 조치로 해상 방벽 설치가 추진됐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설치 중인 해상 방벽은 공기를 주입한 길이 약 500m의 부유식 차단막이다. 수면 위로는 약 30~70㎝, 아래로는 최대 1m까지 이어져 해상 밀입국을 막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아울러 스페인 해군이 방벽 외곽에 닻으로 고정한 부표를 일렬로 배치해 추가 차단선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스페인 대법원의 최근 판결에 대한 후속 대응 성격도 있다. 스페인은 그동안 해상으로 적발된 이주민의 경우, 별도 절차 없이 즉시 모로코로 돌려보내는 ‘즉시 송환’을 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달 판결에서 “해상에서 적발된 이주민이라도 스페인 영토에 들어오기 위해 울타리 등 ‘물리적 장벽’을 넘거나 우회한 경우가 아니라면 즉시 모로코로 돌려보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내용이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바다만 넘으면 스페인에 남을 수 있다”는 등 날조된 형태로 퍼지면서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었다고 스페인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에 스페인 정부는 새로 설치할 해상 방벽이 판결문에 나타난 ‘물리적 장벽’의 역할을 해 해상을 통한 무단 밀입국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이민 정책을 펴왔다고 평가되는 산체스 총리가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도좌파 성향의 산체스 총리는 2018년 집권 이후 취업 비자와 체류 허가 요건을 완화하는 등 합법 이민 경로를 확대했다. 특히 2024년 11월에는 2027년까지 약 90만 명의 외국인에게 합법 체류 기회를 제공하는 이민법 개정안을 승인했으며,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유럽 각국은 이민자들이 자국으로 밀려들 것을 우려해 스페인에 대한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31일 스페인발 항공·해상 입국자에 대해 한 달 간 솅겐조약(국경검사 면제) 적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는 스페인발 입국자 중 비(非) EU 국적자를 대상으로 한 달 간 특별 국경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프랑스는 이탈리아와 달리 솅겐조약 중단 요구는 하지 않기로 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대해 산체스 총리는 1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유럽의 반(反) 이민 성향 지도자들과 우파 정치인들이 편견과 가짜뉴스, 무지 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스페인을 공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이런 태도는 이기적인 데다 유럽을 하나로 묶는 연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산체스 총리는 “스페인은 외부 국경이 가장 허술하지 않은 EU 국가 중 하나”라며 “EU 국경·해안경비청에 따르면 최근(2021~2026년) 불법 입국자 수도 이탈리아의 절반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스페인령 세우타의 타라할 국경검문소를 통해 이주민들이 모로코로 돌아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스페인령 세우타의 타라할 국경검문소를 통해 이주민들이 모로코로 돌아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스페인 내무부는 같은 날 “약 5~6만 명의 이주민들 중 최소 4만8300명이 이튿날인 31일까지 모로코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여기엔 관련 규정 탓에 세우타에서 스페인 본토로 이동하기 쉽지 않은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NYT에 따르면 세우타는 스페인 본토로 이동하기 위해 추가 국경 통제를 거쳐야 하는 특별 규정이 적용되는 지역이다. 그란데-말라스카 스페인 내무장관은 1일 세우타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페인이 24시간 안에 대부분의 질서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대규모 밀입국 과정에서 최소 7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페인 당국은 희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최대 시신 200구를 안치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EU 22개국 정상은 오는 4일 긴급 내무장관회의를 갖고 이번 사태와 관련한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이에 앞서 EU 고위 관계자들은 1일 순회의장국인 아일랜드가 소집한 ’정치적 위기 대응팀’ 회의를 열고 현 상황을 공유하는 한편 국경 관리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불법 이민은 유럽 차원의 연대와 공동 대응이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수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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