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자산 배율이 6.7배에 기록하면서 부동산 쏠림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중앙일보가 한국은행·국가데이터처의 ‘국민대차대조표’를 활용해 2010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자산 배율(부동산 배율)을 분석한 결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배율은 6.7배로 한 해 전 수준 그대로였다. GDP 대비 부동산 자산 배율은 한 국가의 경제 규모 대비 부동산 자산의 상대적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한국은 국토 면적 대비 높은 인구 밀도와 수도권 집중, 구조적 공급 부족 등으로 인해 미국(2024년 기준 2.9배) 등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율이 높다.
김경진 기자
2010년 이후 부동산 배율이 가장 급격히 오른 건 문재인 정부 재임기다. 2017년 출범 직후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폈지만, 그해 5.6배에서 2021년에는 7.4배까지 치솟았다. 2010년 이후 최대치다. 부동산 쏠림 진행 속도도 빨랐다. 같은 기간 부동산 배율은 32.4% 증가해 캐나다(30.5%)·프랑스(17.5%)·미국(15.6%)·호주(9.6%)·영국(9.5%)·일본(4.2%) 등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증가세가 가팔랐다. 규제를 할수록 부동산 쏠림은 더욱 심해졌던 셈이다.
김영옥 기자
부동산 배율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하락하기 시작했다. 2022년 7.1배로 내려왔고, 2024년에는 6.7배까지 하락한 뒤 하락세가 멈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자,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여파였다.
문제는 부동산 쏠림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주택시가총액(주택 및 부속 토지)은 7710조원으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이는 전년도 증가 폭(3.9%)의 두 배를 웃돌 뿐 아니라 지난해 명목 경제성장률(4.4%)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반면 자본이 산업 생산으로 흘러 들어갔는지를 보여주는 GDP 대비 생산자산(기계·지식재산 등) 배율은 지난해 4.0배로 한 해 전과 같았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주식 시장으로 유도했는지도 불투명하다. 증시 호황 등으로 지난해 가계·비영리단체의 증권·펀드 자산 증가 폭(525조원)은 한 해 전(-14조원)보다 크게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주택 자산 증가 폭 역시 246조원에서 534조원으로 2배 이상 커졌다.
김경진 기자
최상엽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양질의 주택과 도시 인프라 건설로 부동산 자산이 늘었다면 국민 생활 수준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단순히 집값과 땅값만 올라 부동산 배율이 높아졌다면 문제일 수 있다”고 짚었다.
정부에서는 초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쏠림 현상은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향후 세제개편안이 공개되면 보유세 감당이 힘든 고령층의 고가주택 매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자산 가격 규제보다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적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자산을 억눌러 생산자산을 키우려 했지만, 생산자산 대신 주식 등 금융자산 비중이 커졌다”며 “주식은 가격 변동이 부동산보다 더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들 자산이 늘면 가계는 물론 국가의 경제적 불확실성을 더 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