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사진 한 컷이 수만 자 글보다 힘 있다. 아래 사진도 그렇다. 지난달 15일 홍콩 경찰이 불온(?)서적을 판다는 혐의로 책방에서 한 직원을 체포해 데리고 나오는 장면이다. 여성은 뒤로 수갑이 채워졌지만, 표정은 의연하다. 보는 이의 감정선을 자극한 건 그의 티셔츠에 쓰인 ‘나는 서점 점원(我是書店店員)’ 여섯 글자다. 이날은 홍콩도서전 개막일이었다.
언론 자유의 천국이던 홍콩이 금서(禁書) 시대를 맞았다. 2020년 홍콩에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며 일기 시작한 변화다. 처음엔 책을 문제 삼더니 올 들어선 책방 단속에 나서 이제까지 독립서점 4곳에서 11명을 붙잡았다. 크리스 탕 홍콩 보안국장은 책방을 식당에 비유한다. 음식점이 독약을 팔아선 안 되듯 서점 또한 국가 안전에 해가 되는 책을 팔 수 없다는 거다.
과거 덩샤오핑은 “대중이 의견을 내는 걸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왜? “대다수 대중은 시비를 가릴 줄 아는 판단력이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정말 무서운 건 인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특히 ‘쥐 죽은 듯 고요한 침묵’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홍콩 당국의 판단은 전혀 다르다. 2019년 홍콩 시위 사태를 야기한 배후에 서방이 있으며 그들이 홍콩이란 무대를 빌려 중국을 상대로 색깔혁명을 시도하려 한다고 본다.
그런 싹을 자르기 위해선 선동의 의도가 조금이라도 있다고 의심되는 도서, 나아가 그러한 책을 파는 서점, 더 나아가 판매자까지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극약 처방을 내리는 중이다. 중국에 ‘약은 3할이 독(是藥三分毒)’이란 말이 있다. 모든 약엔 부작용이 있다는 거다. 홍콩 당국의 서점 단속은 홍콩이 이제 ‘자유로운 사고’마저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