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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의 마켓 나우] 펀더멘털, 급락은 못 막아도 상승장 이끈다

중앙일보

2026.08.0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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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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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역사상 코스피가 하루에 10% 넘게 빠진 경우는 총 여섯 차례였다. 그중 두 번이 최근 7월 말 연이틀 연속으로 발생했다. 나머지 네 번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작년 3월 중동 위기처럼 자산가격 거품이 꺼지거나 세계 금융시스템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는 메가톤급 사건이 터졌을 때였다. 이번에는 그런 뚜렷한 도화선이 보이지 않아 시장의 당혹감이 더 크다. 이번 조정의 주역이 사상 최대 실적과 막대한 현금 창출력을 자랑하던 반도체주였다는 점도 얄궂다. 되짚어 보면 너무 가파른 주가 상승과 레버리지 청산이 이번 조정에 크게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원래 반도체 주식은 역사적으로 마진율이나 성장성이 정점에 달했을 때가 늘 매도의 최적기였다. 때마침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AI 자본지출(CAPEX)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면서 투자심리에도 균열이 생겼고, 이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과 함께 대규모 포지션 청산을 부추겼다. 다만 이런 수급 발 쓰나미는 어디까지나 ‘비본질적’ 요인이다. 그것이 지나간 지금, 증시는 다시 ‘본질적’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 금리 상승 등 여러 제약에도 AI 사이클이 순항을 이어가고,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냐는 물음이다. 최근 시장을 짓눌렀던 이런 의구심이 하나씩 해소된다면 낮아진 밸류에이션은 새로운 상승장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선례가 있다. 시계를 약 40년 전인 1987년 10월 19일로 돌려보자. 당시 미국은 구조적인 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었지만, 그 이면에서는 감세와 재정지출로 과잉 유동성과 인플레 압력이 커졌다.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리자, 시장은 휘청거렸다. 여기에 새로 도입된 기계적 매매기법인 ‘포트폴리오 보험’이 매도를 증폭시키며 폭락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가 ‘블랙 먼데이’다. 다우존스산업지수(DJIA)는 불과 3주 만에 50%나 폭락했다. 그 후 시장은 어떻게 됐을까. 연준의 신속한 금리 인하와 양호한 펀더멘털에 힘입어 단 석 달 만에 낙폭의 절반 이상을 회복했고 2년 만에 전고점을 다시 돌파했다. 이후 주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2000년 닷컴 버블 때까지 5배 이상 올랐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지금도 유효한 교훈을 준다. 첫째, 펀더멘털이 아무리 멀쩡해도 너무 빠른 주가 상승과 수급의 쏠림은 언제든 괴멸적인 주가 조정을 부를 수 있다. 둘째, 중장기 AI 사이클과 반도체 공급 부족 심화라는 본질적 사안이 크게 흔들리지만 않는다면, 우리 증시 역시 7월의 혼란스러운 수급 충격을 딛고 회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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