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8년 생존율은 15%를 넘지 못했다(미국 MD앤더슨 암센터, 2012년). 그 판을 뒤집은 건 2001년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내놓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었다. 글리벡이 세상에 나온 뒤 환자 생존율은 87%가 됐고, 글리벡에는 ‘꿈의 신약’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당시 한미약품에서 이미 허가된 성분을 개선해 의약품으로 만드는 개량신약 연구원으로 일하던 김맹섭 머스트바이오 대표는 신약 하나가 인류 건강에 끼치는 영향력에 감명받았다. 세상에 없던 신약을 내 손으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였다.
10명 중 7명 안 듣는 항암 난제
여러 항체 조립한 다중항체 해법
셀트리온과 기술수출 계약 체결
원천 플랫폼 개발로 리스크 줄여
김맹섭 머스트바이오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수원시 머스트바이오 사무실에서 자사가 개발 중인 다중항체 기반 차세대 면역항암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김 대표가 2021년 창업한 머스트바이오는 다중항체 기반 차세대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몸속 면역세포를 깨워 암세포와 싸우게 하는 약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면역항암제는 글로벌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키트루다’다. 지난해에만 317억 달러(약 45조원) 매출을 올렸는데, 치료 반응률이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점이다. 머스트바이오는 키트루다가 통하지 않는 7명에게도 효과적인 항암제를 만들기 위해 서로 다른 표적 두 개 이상을 동시에 공략하는 ‘다중항체 플랫폼’을 설계하고 있다.
한미약품·안국약품 등에서 신약개발 경험을 쌓은 현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머스트바이오는 올 3월 35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등 창업 이후 최근까지 총 63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6월 중앙일보·KAIST·서울대가 공동 주최한 ‘2026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포럼’에서 서울대학교 총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경기 수원에 있는 머스트바이오 본사에서 김 대표와 만나 현재 개발 중인 신약 개발 기술에 대해 물었다.
Q : 키트루다의 치료 반응률이 낮은 이유는 뭔가.
A : “키트루다는 몸 안에 있는 면역세포를 깨워 암과 싸우게 하는 약이다. 문제는 환자 몸에 깨울 병력(면역세포)이 원래 100개 있어야 하는데 10개밖에 없다면, 아무리 깨워도 싸울 수가 없다. 또 하나는 침투의 문제다. 암 덩어리 주변에 단단한 막 같은 게 생겨 면역 세포가 활성화돼도 종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즉 병력이 없거나, 있어도 못 들어가는 이 두 가지 문제 때문이다.”
Q : 다중항체 기반 치료제가 그 해법이 되나.
A : “항체는 Y자 모양이다. 키트루다 등 기존 항체 치료제는 Y자 양쪽 팔 끝에 달린 손이 하나의 표적만 공격하는 단일항체 치료제다. 암세포의 약점 한 곳만 공략하다 보니 다른 쪽으로 암세포가 빠져나가기 쉽다. 양손에 서로 다른 표적을 쥐여 동시에 공격하도록 만든 게 ‘이중 항체’고, 손을 더 늘려 삼중으로 표적을 통제하는 게 ‘다중항체’다. 머스트바이오는 단일항체 치료제들을 정밀하게 조립해 다중항체 면역항암제를 만드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암세포만 타격, 부작용 줄여
Q : 플랫폼에 들어가는 항체는 뭔가.
A : “세 가지다. 먼저 키트루다와 같은 PD-1(프로그램 세포사멸 단백질) 항체로 면역세포에 걸린 브레이크를 푸는 장치다. 다른 하나는 VEGF(혈관내피성장인자) 항체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로 들어갈 길을 내주는 역할이다. 마지막으로는 면역세포 숫자 자체를 대폭 늘리는 물질인 사이토카인(IL-2, IL-2v 등)이다.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를 늘리는 강력한 물질이지만, 그간 암세포 주변뿐 아니라 전신의 면역세포를 모두 자극해 고열이나 독성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곤 했다.”
Q : 부작용을 다중항체가 어떻게 해결하나.
A : “사이토카인의 방향을 잡아주고, 세기를 조절하는 걸 플랫폼에 함께 조립된 다른 항체들이 해준다. 이를 통해 면역세포를 늘리고, 활동을 깨우고, 암세포로 가는 길까지 뚫는 세 효과를 동시에 내는 것이다. 그 미세한 균형을 찾는 게 핵심 기술이다. 플랫폼 이름도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표적해 면역세포를 늘리는 사이토카인(Selective Targeting Cytokine)’이라는 뜻을 담아 ‘스타카인(STARKINE)’이라고 지었다. 여기에 더해, 구조가 복잡해 만들기 까다로운 다중항체를 불순물 없이 완성도 높게 제조하는 생산 플랫폼 ‘빅스타(BICSTA)’도 운영하고 있다.”
김지윤 기자
제약 현장 베테랑들 뭉쳤다
Q : 현재까지 성과는.
A : “현재 5개의 신약후보 물질을 가동 중이다. 주요 후보 물질들은 전임상 동물실험에서 뛰어난 유효성을 확인했고,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글로벌 임상 1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삼중 항체 항암제인 ‘MB4’는 셀트리온과 공동연구 개발 및 라이선스(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Q : 개별 의약품보다 플랫폼 기술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나.
A : “신약 개발은 예기치 못한 독성이 나오거나 효능이 기대에 못 미치면 약 하나와 함께 회사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과거 한미약품 시절 지속형 바이오의약품 플랫폼인 ‘랩스커버리’를 개발하면서 플랫폼이 가진 파급력과 안전성을 체득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단일 제품에 의존하기보다, 표적만 바꿔 끼우면 다양한 항암제를 계속해서 안전하게 파생시킬 수 있는 ‘원천 플랫폼’을 완성하자는 결단을 내렸다.”
Q : 대형 제약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는데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A : “KAIST 화학 박사를 마치고, 1991년 한미약품 연구원으로 들어가 30년 넘게 제약 현장을 지켰다. 하지만 늘 가슴 한구석에는 글리벡처럼 인류 건강에 오랫동안 이롭게 쓰이는 신약을 내 손으로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다. 마침 안국약품 부사장으로 재직할 때 개발한 다중항체 원천기술의 가능성을 확신했고, 회사의 스핀오프(분사) 지원을 받아 뜻을 같이하던 연구원 4명과 함께 머스트바이오를 창업했다.”
Q : 머스트바이오 창업팀이 가진 강점은.
A : “우린 신약 개발의 첫 단계인 탐색부터 독성 시험, 임상 진입,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 협상까지 전 과정을 직접 처리한 실전 경험을 갖고 있다. 뭘 보완해야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눈높이에 맞을지 정확히 알고, 예기치 않은 난관이 닥쳐도 대처할 수 있다.”
환자가 먼저 찾는 약 만들 것
Q : 바이오 벤처를 운영하며 느끼는 어려운 점은.
A : “항체 신약은 일반 화학 약물보다 개발비가 2~3배 더 들고 타임라인도 매우 길다. 우리를 포함해 국내 많은 바이오 벤처가 겪는 일인데, 확실한 기술과 자신감이 있음에도 전체적인 시장 분위기 때문에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해 우수한 기술이 사장될 위기에 몰릴 때가 많다. 장기적인 정책적 지원과 함께 기술이 성숙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사회적 투자 생태계가 절실하다.”
Q : 향후 목표는.
A : “단기적으로는 핵심 후보물질의 성공적인 임상 진입과 함께 2건 이상의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를 내 2028년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자신들의 항체에 스타카인 등 우리 플랫폼을 결합하기 위해 줄을 서는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환자가 병원에서 ‘저 그걸로 치료받고 싶어요’라고 말할 때, 그 약을 개발한 제약사가 머스트바이오가 되는 날을 꿈꾼다.”
이관순 명인제약 대표
머스트바이오는 다양한 기반기술 개발과 기술수출 경험을 보유한 한미약품 출신의 신약개발 전문가들이 설립한 바이오텍이다. 최근 가장 뜨거운 면역항암제 분야에서 다중항체 기반의 차세대 면역항암제로 기존 치료제가 극복할 수 없는 획기적인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좋은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머스트바이오가 개발 중인 혁신 치료제들이 상업화로 이어지고 신약개발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머스트바이오는 기술성과 사업성을 함께 갖춘 바이오벤처로 세계 최고 수준 다중항체 기반기술을 보유하여 지속적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플랫폼기업이다. 특히 현재 개발 중인, 종양에서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다중항체 기반의 차세대 면역항암제는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 분야와 일치하여 성공적인 기술수출이 예상된다. 머스트바이오의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바이오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혁신창업의 길’에서 소개하는 스타트업은 ‘혁신창업 대한민국(SNK) 포럼’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정합니다. SNK포럼은 중앙일보·서울대·KAIST를 중심으로, 혁신 딥테크(deep-tech) 창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단체입니다. 대한민국이 ‘R&D 패러독스’를 극복하고, 퍼스트 무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기반한 기술사업화(창업 또는 기술 이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