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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의 시선]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더니

중앙일보

2026.08.0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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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 논설위원

서경호 논설위원

지난주 전국 시·도 교육감들의 모임인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가 ‘지방 교육재정 안정화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예상대로 이들은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산정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앞으로도 내국세의 20.79%를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주 교육감들 기존 주장 반복
교육교부금, 권리로 여기지 말길
내국세 연동방식 이제는 고쳐야

교육계의 반대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의 교육교부금 개편 토론회가 열린 지난달 8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교부금은 모든 학생에게 기본적인 교육 여건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 책임의 제도적 기반”이라며 “이 기반을 흔드는 것은 학교는 물론 학생의 배움과 교사의 교육활동을 흔드는 일”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교육계는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률은 유지하되 초과분을 대학·유아교육에 쓰자는 교육부의 절충안도 비판했다.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재정은 별도 국가 재정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망스럽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누려왔던 대로, 교육재정 맘대로 쓰고 싶다는 고백이라고 생각한다. 세금이든 보조금이든 일단 혜택이 시작되면 여간해서 바꾸기 힘들다는 정책의 경로의존성이 있다. 매년 정부의 예산안이 발표될 때마다 거의 단골로 들어가는 표현이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출 구조조정인데 이것만큼 힘든 것도 없다. 실제로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정부가 아무리 요란을 떨어도 실적은 미미한 경우가 허다하다. 예산이 투입되든, 세금을 깎아주든, 재정 혜택을 한번 주기 시작하면 줄이거나 없애기가 참 힘들다.

내국세수에 연동된 교부금 산정방식은 인구 팽창기인 1972년에 도입돼 50여년간 유지됐지만 문제점이 쌓이고 있다. 무엇보다 경직된 재정 칸막이 탓에 재정 효율성이 떨어졌다. 초·중·고 학생 수는 2016년 662만 명에서 2025년 553만 명으로 16.3% 줄었는데 교육교부금은 같은 기간 43조1616억원에서 70조7542억원으로 64% 늘어났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많이 증가하면서 내년에는 교육교부금이 1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늘어난 교육 재정을 다 쓰느라 교육청이 너무 바쁘다. 현금성 지원사업이나 인건비 지출이 늘었다. 지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도 교육감 후보들의 선심성 포퓰리즘 공약이 대단했다. 초·중·고 신입생에게 현금을 지급하겠다거나 중학생에게 100만원 규모의 펀드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이 나왔고 매달 교육수당이나 바우처를 지급하겠다는 약속까지 등장했다. 이름은 ‘AI 펀드’ 등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결국은 현금 살포였다.

전교생 6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 중 학생보다 교직원이 많은 학교가 전국적으로 400곳에 육박한다. 지난해 교육부에 따르면 교직원이 학생보다 많은 학교는 2021년 172곳에서 지난해 392곳으로 늘었다. 민간기업이라면 직원이 고객보다 많을 땐 문을 닫는 게 상식이지만 교육이라는 필수재를 공급하기에 명맥을 유지하는 ‘한계학교’가 갈수록 늘어나는 셈이다. 학교 규모가 너무 작으면 교육 여건이 나빠져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교육재정의 비효율도 커진다.

교육계의 주장처럼, 보수와 재건축이 시급한 학교 건물도 많고, 무상급식이나 방과 후 돌봄 등 다른 나라에서 하지 않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높은 측면도 있다. 교육계의 주장이 합리적이라면 필요한 교육재정 소요에 대해 당당하게 재정 당국을 설득하는 정공법을 쓰면 된다. 다른 부처도 다 그렇게 한다. 제한된 재정을 놓고 기존 교육 투자의 실적을 근거로 다른 부처와 건강하게 경쟁하는 길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예산 당국이 준비하는 그림처럼, 교육교부금을 내국세가 아닌 학령인구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연동하는 방식에 무작정 반대만 하지는 말기를 바란다.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막대한 교육재정 투입으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 교육계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시·도 교육청은 매년 실시하는 기초학력 진단결과부터 공개하기 바란다. 교육청 단위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 국민도 알고 싶다.

2010년에 개봉한 영화 ‘부당거래’에서 검사(류승범 분)가 이런 대사를 한다. “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한때 아무리 힘들어도 교육재정만은 조달해 주고 싶었던 과거 우리 국민과 예산당국의 호의는 달라진 환경에서 계속되기 힘들다. 그런데도 그걸 당연한 권리로 여기는 교육계의 풍경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서경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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