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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마약 취한 20대 여성이 네 발로 거리를 기어다니는 나라

중앙일보

2026.08.02 08:24 2026.08.0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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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출근 시간대에 경기도 수원역 부근 거리에서 제자리뛰기를 하거나 네 발로 기어 다니는 기이한 행동을 한 여성이 경찰에 마약 혐의로 입건됐다고 수원팔달경찰서가 밝혔다. [방송화면 캡처]

지난달 29일 출근 시간대에 경기도 수원역 부근 거리에서 제자리뛰기를 하거나 네 발로 기어 다니는 기이한 행동을 한 여성이 경찰에 마약 혐의로 입건됐다고 수원팔달경찰서가 밝혔다. [방송화면 캡처]

지난달 29일 오전 9시20분쯤 경기도 수원역 인근 거리에서 괴성을 지르며 제자리뛰기를 하고 길바닥에 엎드려 네 발로 기어다니는 등 이상 행동을 했던 여성이 마약투약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수원팔달경찰서에 따르면 이 여성은 마약 간이검사에서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고, 필로폰 투약 혐의를 인정했다.

평일 출근시간에 수원역 거리를 ‘좀비’처럼 네발로 기어다닌 수원역 마약녀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어느덧 마약이 독버섯처럼 한국 사회 곳곳에 깊숙이 침투해 국민의 삶과 건강을 파괴하고 있는 장면을 상징한다고 봐야 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최근 유사한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는 데 있다. 2월에는 30대 여성이 의료용 마약류인 프로포폴에 취한 상태로 스포츠카를 운전하다가 서울 반포대교 난간을 넘어 한강공원으로 추락한 사건도 있었다. 중국산 펜타닐에 찌든 미국과 과연 뭐가 다른가.

2021년 이후 국내 마약류 사범은 급증 추세다. 2023년에 처음 2만 명을 돌파하더니 그 후 3년 연속 2만 명 선을 웃돌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 3~6월 마약 사범 집중단속에서 5203명을 검거해 1039명을 구속했다. 검거된 마약사범 10명 중 약 4명은 SNS 등 온라인 비대면 거래로 마약을 유통하거나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제 마약은 주부와 청소년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은 오랜 기간 ‘마약 청정국’이었다. 1989년 대검찰청에 전담수사조직인 마약과를 설치하고 체계적으로 마약 사범을 수사, 단속해 왔다. 하지만 2020년 문재인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이유로 검찰의 마약수사 전담 조직을 축소하고,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일부 마약 공급 범죄로 한정하면서 마약 수사가 크게 위축됐다.

경찰청은 3일부터 12월까지 마약 집중단속을 시작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로 오는 10월부터는 마약수사마저 검찰이 손을 떼게 된다. 경찰의 역량만으로 국제공조 등이 필요한 마약 수사를 제대로 할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마약중독자와 마약 범죄는 느는데 수사 역량은 도리어 위축되는 상황이니 대한민국이 마약의 온상이 될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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