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이 40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바르고, 입고, 신는’ 소비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손선풍기와 얼음물, 양산을 넘어 생활 속에서 체감온도를 낮추기 위한 소비가 일상화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2일 “요즘은 ‘시원해야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열을 식혀주는 ‘쿨링(cooling) 제품’은 소비자와 업계 모두에게 ‘생존템(생존+아이템)’이 됐다”고 말했다.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CJ올리브영 매장에서 방문객들이 폭염 대비 화장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임선영 기자
이런 흐름은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품에서 두드러진다. 지난달 31일 찾은 서울 종로구 CJ올리브영 매장엔 여름철 수요가 높은 ‘생존 뷰티(SURVIVAL BEAUTY)’ 코너가 따로 있었다. 시원한 사용감을 내세운 자외선 차단제, 염증 등 트러블 케어, 유분·땀 케어, 쿨링 케어 등 폭염 대응 제품을 한데 모아놨다.
장우희(27)씨는 “화장이 땀에 무너지지 않도록 픽서(화장 고정제품)를 꼭 뿌린다”고 말했다. 김령현(23)씨도 “요즘은 피부 온도를 낮춰주는 쿨링 크림과 팩을 수시로 사용한다”고 했다.
일례로 신세계인터내셔날 브랜드 연작의 쿨링 패드인 ‘카밍 앤 컴포팅’은 황벽나무껍질추출물 등 차가운 성질을 가진 6가지 식물 추출물로 만든 특허 성분을 담아 피부 온도를 즉각적으로 6.7도 낮춰주는 점이 인체시험에서 확인됐다.
실제 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 7월 1~29일 픽서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64%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몰에선 ‘쿨링 노세범’ ‘쿨링 스프레이’ 검색량도 각각 1870%, 160% 늘었다.
답답한 느낌의 파운데이션을 최소화하는 ‘파데프리(Foundation-Free)’와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는 ‘선 레이어링(Sun layering)’도 올여름 트렌드로 확산하고 있다. 폭염은 남성들의 세안 습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남성 뷰티·패션 플랫폼 4910(사구일공)에 따르면 7월 4~10일 클렌징 부문 거래액은 전월 같은 기간보다 280% 증가했다.
K선케어는 해외에서도 인기다. 특히 기존 중국·일본·동남아를 넘어 폭염이 일상화하고 있는 미국·유럽·남미 지역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한국콜마 관계자는 “한국 선케어 제품은 백탁 현상이나 눈따가움이 적고 가벼운 사용감에 스킨케어까지 함께 할 수 있어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 ODM 기업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선케어 제품 수출 확대에 힘입어 올 2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네파의 냉감 조끼와 냉감 스커트. 사진 네파
까사미아의 냉감 침구. 사진 까사미아
패션에선 ‘기능성’이 핵심 선택 기준으로 떠올랐다. 패션·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냉감 기술을 티셔츠·셔츠·바지는 물론 속옷과 신발에까지 적용하고 있다. 작업복 안에 공기를 순환시키는 팬을 내장해 체감 온도를 낮추는 ‘입는 선풍기’ 기술이 대표적이다. 무신사에선 6월 한 달간 ‘냉감’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고, 다이소에선 같은 기간 ‘냉감 이너웨어’ 매출이 40% 늘었다.
라이브스타일 브랜드 까사미아의 지난 6월 냉감 침구 매출은 전월보다 2.5배 증가했고, 깨끗한나라의 쿨링타월 6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3% 늘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기후변화가 일상이 되면서 소비자들은 더위를 피하는 것을 넘어 체감온도를 낮춰주는 기능성 제품을 더욱 적극적으로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