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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M에 플랫폼 이어 자본까지…한국차 업계, 중국 입김 세지나

중앙일보

2026.08.02 17:00 2026.08.0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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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선 KGM 회장이 지난 2일 체리자동차와의 전략적 투자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석경민 기자

곽재선 KGM 회장이 지난 2일 체리자동차와의 전략적 투자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석경민 기자

차의 뼈대(플랫폼)와 두뇌(소프트웨어)를 중국에 맡긴 KG모빌리티(KGM)가 자본까지 중국에 기대게 됐다. 중국 완성차 업체 체리자동차(Chery Automobile)가 KGM 전환사채(CB) 7500만 달러(약 1100억원) 어치를 인수하면서다. 체리자동차가 향후 10% 안팎 지분을 가진 2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어 기술·자본 양쪽의 중국 의존도가 짙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KGM과 체리는 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CB는 처음에는 채권이지만 투자자가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황기영 KGM 대표는 “전량 전환되면 체리 지분은 10% 내외”라며 “경영권이나 경영 참여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미 양사는 관계가 깊다. 2024년 10월 KGM이 체리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플랫폼 ‘T2X’를 활용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4월에는 이를 기반으로 ‘렉스턴’ 후속 SUV(SE10)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협력 범위도 KGM이 체리가 사용하는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기반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도입하는 것으로 확대했다. 통상 플랫폼은 차량의 기본 설계 기반으로 뼈대와 같고, 전기·전자 아키텍처는 차량의 수많은 전자장치를 제어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KGM 입장에선 막대한 개발비와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차세대 차량의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중국 업체에 의존하는 구조가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2일 체결식에서 “체리그룹의 글로벌 플랫폼과 첨단 기술력, 폭넓은 공급망과 해외 사업 역량은 KGM이 미래 성장을 추진하는 데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PHEV를 비롯한 차세대 친환경차 라인업을 선보여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中 기술·자본, ‘K차’ 업계 속으로

중국 자본의 ‘K 자동차’ 침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 지리자동차(Geely Auto)는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르노코리아는 지리의 CMA 플랫폼을 신차 개발 프로젝트에 활용하고 있다. 지리자동차는 지리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차량 일부를 르노코리아의 부산공장에서 위탁 생산해 북미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체리도 KGM과의 협력을 발전시키며 KGM의 브랜드와 해외 판매망을 이용할 수 있다. 장귀빙 체리차 사장은 이날 “한국의 많은 고객이 체리차를 좋아한다면 한국 진출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체리차를 한국 KGM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도) 협력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의 캐파(생산능력)를 공유하는 협력 모델도 고려해볼 수 있겠다”며 “중국의 관세와 한국의 관세가 다른 지역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협력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장 사장은 미국 진출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KGM은 체리 차량의 평택공장 위탁생산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판매량이 연 500만 대에 못 미치는 업체는 전동화 기술을 독자 개발해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렵다”며 “중국 업체가 한국 공장이나 브랜드를 미국·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KG모빌리티는 체리자동차와 렉스턴 후속모델 SUV 공동개발에 나섰다. 출시 목표는 내년 1월이다. 연합뉴스

KG모빌리티는 체리자동차와 렉스턴 후속모델 SUV 공동개발에 나섰다. 출시 목표는 내년 1월이다. 연합뉴스

KGM은 유럽 사례와도 결이 다르다. 볼보는 지리가 경영권을 인수했지만 독립 경영을 유지하며 기술을 공유하는 구조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베이징자동차그룹(BAIC)과 지리 창업자 리수푸 측이 각각 10% 미만을 보유한 소수주주 구조다. 반면 체리는 지분을 갖기 전부터 KGM에 플랫폼과 SDV 기반 아키텍처를 공급했다. 지분율은 낮아도 사업 의존도는 벤츠보다 클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규제도 변수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초 자율주행·통신 기능에 중국·러시아산 소프트웨어나 부품을 쓴 차량의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을 확정하고, 2027년 형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미 상원 상무위원회는 최근 중국계 지분이 15%를 넘는 업체의 커넥티드카 판매를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KGM도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만큼, 중국의 기술과 자본 의존이 깊어지면 장기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석경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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