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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침에] 향기를 남기는 사람

Los Angeles

2026.08.02 18:30 2026.08.0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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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영아 수필가

엄영아 수필가

세상에는 다녀간 자리마다 은은한 향기를 남기는 사람이 있다. 오래 머물지 않아도, 그 온기는 이상하리만치 오래 남는다. 나는 그 향기를 한 사람에게서 배웠다. Y다
 
한국에서 수필 대상 수상 소식을 듣고 서울로 향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도 그녀였다. 낯선 도시에서 길 하나 익숙하지 않은 나를 위해,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나의 시간을 준비해 주었다. 건네받은 일정표는 단순한 계획이 아니라 마음의 지도 같았다. 어디를 가는지보다, 어떻게 머물게 할지를 먼저 생각한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일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 환하게 맞아주던 그녀의 미소는 낯선 공기를 단번에 따뜻하게 바꾸어 주었다. 이틀의 쉼을 마련해 주고, 영월로 향하는 길까지 세심하게 이어주던 손길. 그 배려 덕분에 나는 아무 걱정 없이 풍경 속으로 스며들 수 있었다.
 
시상식 날, 그녀가 건네준 장미꽃다발은 유난히 싱싱했다. 떠나는 날까지 엿새 동안 단 한 송이도 시들지 않았다. 나는 그 꽃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호텔 방에 두고 나왔다. 꽃은 두고 왔지만, 향기는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여든여덟의 남편을 곁에서 돌보는 그녀는 그날도 변함없이 준비되어 있었다. 김밥과 간식을 챙기고, 내가 시상대에 오를 때는 남편의 팔을 부축하며 함께 그 자리에 서 주었다. 그 모습은 어떤 말보다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서울로 올라와 그녀는 호텔 앞에 나를 내려주고 떠나지 않았다. 방 안까지 들어와 편안한지 살핀 뒤에야 조용히 돌아섰다. 시작과 끝을 함께 책임지는 사람, 그러나 그 흔적은 늘 드러나지 않는다.
 
떠나기 전, 그녀가 건네준 참기름과 들기름의 고소한 향이 오래도록 손끝에 남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 향기였다.이제 그녀는 내 곁에 없지만, 여전히 향기는 남아 있다.
 
나는 생각한다. 사람도 향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아도 스며들고,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삶으로.
 
그녀의 이름을 떠올리면 항상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그 향기는,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엄영아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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