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영화 '사랑의 하츄핑'의 음악 작업 전반을 책임진 김태호 음악감독.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우여곡절 끝에 바닷속에 납치된 벨리타 왕비를 만난 로미 공주. 하지만 로미가 가진 전설의 고래보석을 노리는 괴물 ‘레비어스’는 모녀의 상봉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일격에 쓰러진 엄마를 본 딸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과거의 추억이 모녀의 머릿속을 스쳐가고, 로미와 벨리타는 함께 노래한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꼭 말할 거야/나의 전부인 너를 사랑한다고”(‘처음이라서’ 가사)
엄마와 유·초딩 관객을 동시에 울렸던 국산 애니메이션 영화가 돌아온다. TV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시리즈의 극장판 두 번째 이야기 ‘사랑의 하츄핑:고래보석의 전설’이 오는 5일 개봉한다. TV판의 주인공 ‘로미공주’와 짝꿍 ‘하츄핑’이 납치된 로미의 엄마 벨리타를 구해내는 여정을 그렸다.
눈물샘을 터뜨리는 건 결정적인 순간에 흘러나오는 주인공의 노래다. 극장판은 TV 시리즈와 달리 뮤지컬 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로미 공주’ 등 메인 캐릭터들이 자신의 마음을 음악으로 풀어낸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SAMG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태호(43) 음악감독은 “2편에서는 전작보다 성장한 로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노래도 보다 폭넓은 연령대를 아우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영화 ‘사랑의 하츄핑’ 두 편의 작곡·작사·편곡 등 음악 작업 전반을 책임졌다.
사랑의 하츄핑 포스터
“짝꿍핑 찾던 천방지축 로미가 이번엔 무려 엄마를 구하러 가잖아요. 1편 개봉 직후인 2024년 7월 2편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그 짧은 사이에 로미가 부쩍 커버린 느낌이었어요. 전체적인 배경이 산에서 바다로 바뀌면서 스케일도 커졌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OST 6곡 모두 노래 장르를 다르게 썼고, 반주도 오케스트라로 더 웅장하게 만들었죠. 멜로디 음역대도 조금 넓어졌고요.”
OST 작업에 참여한 아티스트 면면은 더 화려해졌다. 하츠투하츠(유하), 엔시티 위시(재희), 백지영, 정지소, 그윈 도라도 등 가창력에서 빠지지 않는 이들이다. “각 노래마다 감정선이 달라서 곡에 맞는 가창자들을 각각 찾았어요. 메인송인 ‘처음이라서’는 음악팀 내부적으로 엄마 역에 백지영씨 목소리를 상상하며 썼어요. 이별의 슬픔, 후회처럼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합해서요. 그래서 백지영씨가 실제 캐스팅됐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눈을 떠봐’에서 남자 주인공 ‘카이트’의 목소리를 노래한 재희님은 하츄핑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아서 저희가 오케이 사인을 했는데도, ‘한 번 더’를 여러 번 외쳐서 깜짝 놀랐죠.”
관객 124만명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며 국산 애니의 기적으로 불린 전작 ‘사랑의 하츄핑’의 성공을 말할 때 ‘처음 본 순간’ 얘기를 빼놓을 순 없다. 애니메이션 OST로는 이례적으로 멜론 톱100 차트 50위권에 들었고 김범수·배기성 등의 커버 영상도 화제를 모았다. 유튜브에 올라온 뮤직비디오는 올 8월 현재까지 조회수 1670만회를 기록하며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그처럼 신드롬을 일으킬 노래가 2편에서도 나올까. 20년차의 김 감독도 “아이들의 시선과 깊이를 짐작하기 힘들다”면서 손사레를 쳤다.
김태호 음악감독(왼쪽), 김수훈 감독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 시사회·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처음 본 순간’의 가사는 첫눈에 하츄핑에게 반한 로미의 마음을 ‘별이 밝게 빛나는 밤하늘을, 해가 뜰 때까지 너와 함께 날거야’ 등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이해하는 데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관객들이 잘 따라와줬던 것 같아요. 동요라고 해서 억지 동심을 짜낼 필요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이번 영화의 첫 넘버 ‘마이 드림’도 로미가 꿈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을 담으면서, 마냥 밝게 들리지 않도록 ‘재재수정’ 작업을 거쳤어요.”
김 감독은 그간 핑크퐁, 베베핀, 브래드이발소, 위시캣 등 인기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두루 작업해 온 업계 베테랑이다. “가요·광고 음악을 작곡하다가 우연히 유아용 교육 영상, 콘텐트 음악 작업을 하게 되면서 이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어린이용 음악들은 곡이 짧기도 하고, 반응이 금방 오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경력이 꽤 쌓였지만 곡 쓰면서 밤 새는 건 지금도 비슷하네요.(웃음) 열심히 만든 만큼 제가 만든 음악들이 유아 음악으로 치부되기보다는 세대, 연령 떠나서 사랑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아, 3편 작업은…. 아직은 비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