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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비핵화 합의 임박에 공격 철회…내일 이란과 협상”

중앙일보

2026.08.02 22:30 2026.08.03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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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대규모 이란 공습을 준비했다가 작전을 전격 보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관련해 합의가 이뤄졌다는 중동 국가들의 요청으로 협상 재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란과의 협상은 하루 뒤인 3일 오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서 워싱턴 DC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전용기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그리고 이란으로부터 요청을 받았다”며 “바로 지금 이 시각쯤 공습을 시작할 준비가 모두 끝났었지만 동맹국들이 중단을 요청하면 ‘지켜보자’고 할 수밖에 없다”고 공습 중단 결정 배경을 밝혔다. 이어 “그들이 요청한 이유는 합의가 이뤄질 거라고 보기 때문”이라며 “호르무즈해협에 관한 합의가 이뤄졌고 그다음 핵문제, 즉 이란 비핵화라고 부를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란 비핵화 문제도 합의 있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이 3일 오후 재개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협상 시한이 있느냐는 질문에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우리는 원할 때 언제든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외교적 접근법이 실패할 경우 이란을 겨냥한 대대적 공습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란 에너지 인프라도 타격할 준비가 돼 있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건 말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이란 ISNA 통신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3일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개시 주장을 일축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미국과의 협상은 없다”며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오늘 (시아파 무슬림 최대 종교 행사인) 아르바인 순례 일정에 참석했으며, 우리 협상단은 모두 이란에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란 준관영 파르스 통신도 X(옛 트위터)를 통해 “협상 중재국인 파키스탄 당국이 이란과 미국 간의 직접 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날짜나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각료 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고강도 공습을 예고했지만, 이틀 뒤인 1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동 국가들로부터 합의 윤곽에 대한 동의가 이뤄졌으니 공격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공격 취소 결정을 알렸다. 이 결정이 있기 전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이란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할 경우 이란이 중동 지역 대리세력을 동원해 역내 미군 기지는 물론 걸프국가 에너지 시설에 대한 보복에 나설 공산이 크고, 이 경우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산될 것을 우려하며 추가 공격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시립 공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린 원(전용 헬기)’에서 ‘에어포스 원(전용기)’으로 갈아타기 위해 이동하며 경례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시립 공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린 원(전용 헬기)’에서 ‘에어포스 원(전용기)’으로 갈아타기 위해 이동하며 경례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 트럼프 SNS 통해 공습 취소 알아”

주목되는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이란 공습 철회 결정을 이스라엘이 사전에 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지난달 2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백악관 회담 다음 날부터 이란 공격 계획이 구체화했고 이 작전에는 이스라엘도 포함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 개시 하루 전 이를 취소하는 과정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취소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안갯속에 방치했고, 고위 장성들은 트럼프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카츠 국방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글을 보고서야 이란 공습이 취소된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의 버락 라비드 기자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트럼프의 (이란) 공격 취소 발표는 네타냐후가 미국 대통령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적었다. 버락 라비드 기자는 이스라엘 군 라디오 기자 출신으로 이스라엘 총리실과 안보 라인에 상당한 인맥과 정보망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 “‘공격 중단 요청’ 트럼프 발언 거짓말”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발리아스르 광장에 설치된 대형 정치 광고판 앞에서 한 남성이 이란 국기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발리아스르 광장에 설치된 대형 정치 광고판 앞에서 한 남성이 이란 국기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은 자국이 미국에 공격 중단을 요청했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을 일축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을 “새로운 거짓말”이라고 부인한 뒤 “군은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운항 경로와 관련된 오만과의 협상에 진전이 있으며 최종 단계에 들어갔다고 알렸다. 에스마일 바가이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국영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양측(이란·오만)이 수용할 수 있는 항로에 대한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북측 항로도 남측 항로도 아니지만 양국 주권을 존중하고 우리 국익과 안보를 수호하는 항로”라고 했다.

지난 5월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호르 파칸 인근 해안에서 바라본 호르무즈해협 운항 선박들. AP=연합뉴스

지난 5월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호르 파칸 인근 해안에서 바라본 호르무즈해협 운항 선박들. AP=연합뉴스



이란 “오만과 호르무즈 항로 협상 막바지”

북측 항로는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에 가까운 항로로 이란이 안전 운항을 이유로 별도 지정한 항로를 가리키며, 남측 항로는 미국이 상선들을 호위하고 있는 오만 인접 항로를 말한다. 바가이 대변인은 “어떤 경우에도 호르무즈해협이 과거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해협 통제권 장악 의지를 재확인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이날 각료회의 직전 보고를 통해 오만과의 호르무즈해협 관련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그간 호르무즈해협 전체에 대한 통제권 유지를 관철하려 했고, 오만은 남측 항로에 대한 주권 확보를 요구하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오만과의 합의가 임박했다는 이란 측 발표가 나옴에 따라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문제를 놓고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합의안이 도출될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주장해 온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징수’를 영구적으로 철회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며 호르무즈해협의 완전한 재개방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짚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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