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 순환인사 확대·감찰 인력 증원 정책 폐기'를 요구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조직원들이 ‘장윤기 사건’ 이후 쇄신책의 하나로 도입키로 한 ‘순환인사제 확대’에 반발하며 삭발 투쟁에 나섰다.
경찰관 노조 대안 조직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 산하의 ‘강제 순환인사 반대 등 경찰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는 3일 경찰청 정문 앞에서 출정식을 열고 순환인사 등에 반대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행사에는 전국 각지의 경찰직협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강제순환 인사 반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기만적인 감찰 증원·강제 순환인사결사 반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대책 없는 전국 순환 인사제 즉각 폐지하라”, “경찰관도 소중한 국민이다. 경찰관을 존중하라”,“순환인사 절대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또 경찰청 앞에는 ‘순환인사 확대·감찰 인력 증원 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내용의 전국경찰직협에서 올라온 근조화환들도 길게 줄지어 세워놓았다.
이날 삭발은 민관기 공동위원장 등 14명이 참여했다. 삭발 참여자들은 “우리는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우리가 왜 이렇게 길바닥에서 삭발해야 하나”, “현장 경찰관이 이렇게 울부짖는데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무엇을 하고 있냐” 등 목소리를 높였다.
민 위원장은 이날 “경찰청이 이번 주까지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자치경찰제를 반대할 것”이라며 “경찰청 말대로면 자치경찰은 비리의 온상이 되고 토착세력화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시장도 국회의원도 연임하는데 왜 경찰관만 잠재적 범죄자가 되어야 하느냐”며 “경찰청이 정책을 후퇴하지 않는 한 우리도 후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경찰 순환인사 확대·감찰 인력 증원 정책의 폐기를 촉구하는 내용의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근조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뉴스1
투쟁위는 또 이날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강제 순환인사 방침과 감찰 부서 증원 계획을 규탄하고 유 직무대행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공식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항의서한 낭독 직후 표창장을 들어 보이며 “우리는 지휘부가 말하는 ‘향찰’(鄕察)이 아닌 수많은 표창을 받아온 조직의 자랑”이라고 주장했다.
투쟁위는 경찰 수사개혁위원회에도 경찰 개혁은 현장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형사사법 시스템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앞서 투쟁위는 지난달 30일 회의에서 정책 재검토를 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매주 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15∼20명씩 릴레이 삭발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달 넷째 주 월요일에는 전국 경찰관 대회도 열고 임명장·수사권 반납, 자치경찰 반대 입장을 알릴 것이라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6일 장윤기 사건에서 불거진 부실 수사와 내부 비리 의혹을 계기로 순환인사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행정직 공무원과 달리 경찰관은 수사의 연속성, 정보 축적 등을 고려해 상급 간부급(총경·경정) 외엔 전국 단위 순환 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부턴 순환인사 대상을 일부 확대하고, 시·도 단위 중심이던 인사 범위도 전국 단위로 넓힐 것으로 보인다.
내·외부 견제를 강화하겠단 취지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장윤기 아빠 한 사람 때문에 조직 전체에 연좌제를 적용하는 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청 인사담당관실은 지난달 21일 전 계급을 대상으로 한 순환이나 강제 전출은 아니라는 취지의 내부 공지를 내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구체안은 향후 ‘수사 쇄신 태스크포스(TF)’ 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