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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먹었나’ 넘겼다간 장기 손상” 극한폭염 속 생명 가르는 신호

중앙일보

2026.08.02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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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와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더위와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소보다 쉽게 지치고 머리가 무겁다. 어지럽고 속이 메스껍다. ‘더위를 먹었나’ 하고 넘기기 쉬운 증상이지만 온열질환의 초기 경고일 수 있다. 방치해 열사병으로 진행하면 의식을 잃을 뿐 아니라 회복한 뒤에도 뇌·신장·심장에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33~39도로 예상됐다. 전남과 경상권 일부에는 최고기온 39도 또는 최고체감온도 38도 이상이 예상돼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체감온도가 35도 안팎까지 오르고 열대야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명 피해도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8월 1일 하루에만 온열질환자 96명이 신고됐다. 5월 15일 이후 누적 환자는 1889명, 추정 사망자는 14명이다. 사망자의 절반이 넘는 8명이 최근 일주일 사이 집중됐다. 환자의 32.1%는 65세 이상이었다. 발생 장소는 실외가 78.8%였고 작업장 26.3%, 논밭 14.2%, 길가 12.2% 순이었다.

고동률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가장 흔한 온열질환인 열탈진의 증상으로 많은 땀과 창백한 피부, 두통·어지럼증·구토·극심한 피로를 꼽았다. 고 교수는 ”이때는 곧바로 서늘한 곳으로 옮겨 옷을 느슨하게 하고 물이나 전해질 음료를 조금씩 마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고령자가 특히 위험하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 땀샘과 피부 혈관의 반응이 둔해져 몸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기 어렵고 갈증을 느끼는 능력과 뇌의 체온 조절 기능도 떨어진다"라며 "그래서 탈수가 상당히 진행돼도 목마름을 느끼지 못한 채 체온이 빠르게 오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3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전망대에서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서울 도심과 한강의 모습.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 낮을수록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연합뉴스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3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전망대에서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서울 도심과 한강의 모습.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 낮을수록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연합뉴스

체온이 40도 안팎까지 오르면서 말이 어눌해지거나 횡설수설하고, 비틀거리거나 의식이 흐려지면 열사병을 의심해야 한다. 피부가 뜨겁고 붉어지며 땀이 줄어들기도 한다. 열사병은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지고 중추신경계 이상이 나타나는 응급질환이다.

김준성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열사병이 의심되면 모든 조치는 속도가 생명”이라고 말했다. 먼저 119에 신고한 뒤 환자를 에어컨이 있는 실내나 그늘로 옮긴다. 옷을 벗기거나 조이는 부분을 풀고 젖은 수건을 목·겨드랑이 등에 댄다. 미지근한 물을 몸에 뿌리며 선풍기나 부채로 바람을 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의식이 흐리거나 구토한다면 질식할 수 있어 물을 먹여선 안 된다. 해열제도 효과가 없다.

제때 치료받고 열사병을 넘겨도 안심할 수 없다. 특히 고령자는 뇌 기능 저하로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지거나 성격이 변할 수 있고, 탈수와 혈압 저하로 신장 기능이 나빠지거나 부정맥이 생길 수 있다. 김 교수는 회복 뒤에도 신장·심장 기능을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손상은 영구적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예방이 최선이다.

온열질환 예방의 기본은 물·그늘·휴식이다. 갈증이 없어도 물을 자주 마시고 하루 중 가장 더운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는 야외활동을 피한다. 밝고 헐렁한 옷을 입고 외출할 때는 모자나 양산을 쓴다. 술과 카페인 음료는 이뇨 작용으로 탈수를 부를 수 있어 삼가는 게 좋다. 신장·심장질환자는 수분 섭취량과 복용약을 의료진과 미리 상의해야 한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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