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42도까지 치솟은 한국 못지않게, 세계 곳곳이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북반구는 폭염과 가뭄, 남반구는 폭우와 폭설이 덮치는 등 동시다발로 기상 재난에 휩싸였다.
3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서부가 ‘열돔(Heat Dome)’ 현상에 갇혀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열돔은 강한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지표면 가까이에 가둬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현상이다. 열돔 여파로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는 올해 최고인 46.1도, 애리조나주 피닉스와 캘리포니아주 엘센트로는 47.2도를 각각 기록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스포캔에서 산불에 탄 잔해의 모습. AP=연합뉴스
워싱턴주 제2의 도시인 스포캔 인근에서는 최근 대형 산불 3건이 동시에 발생했다. 불길은 약 21㎢를 태웠다. 주택과 건물 약 600채를 집어삼켰다. 주 정부는 주민 5000가구에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워싱턴주 동부와 오리건주 동부에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유럽도 폭염에 따른 산불 피해가 심각하다. 그리스에서는 수도 아테네 북서쪽에서 난 산불로 주택 100여 채가 소실됐다. 진화 현장에 투입한 헬기 두 대가 공중에서 충돌해 승무원 2명이 숨지는 사고도 일어났다. 프랑스 남부 카르카손 인근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고속도로가 폐쇄됐다. 스페인에서는 지난주 수만 헥타르(ha)를 태운 산불 대부분을 진화했지만, 일부 지역에선 발화가 이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체 분석 결과 산불·폭염 피해가 컸던 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루마니아 등 5개국에서 피해액이 31억 유로(약 5조1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가뭄도 이어져 유럽 10개국을 흐르는 다뉴브강 수위가 198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헝가리는 유일한 원자력발전소인 팍스 원전을 44년 만에 처음으로 가동 중단했다. 다뉴브강에서 끌어오는 냉각수가 부족해지면서다. 세르비아는 수력발전소 발전량이 평소의 20~30% 수준으로 줄었다. 물 부족이 에너지 위기로 번진 셈이다.
일본도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달 13~19일 열사병으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가 1만857명에 달했다. 폭염 대처용으로 만든 아이디어 상품도 인기다. 기업들은 얼렸다가 바르는 화장품과 멘톨 성분을 넣은 ‘쿨 타입’ 생리대, 쿨링 기저귀, 반려동물용 쿨링 시트 등 ‘냉감(冷感)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남반구에서는 정반대 이상 기후가 이어졌다. 칠레 중남부에는 시속 100㎞가 넘는 강풍과 폭우가 몰아쳐 최소 2명이 숨졌다. 이재민은 347명, 고립 주민은 2052명으로 집계됐다. 15만6000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다. 칠레와 국경을 맞댄 아르헨티나 안데스 산악 지대에는 기록적인 폭설과 눈보라가 몰아쳐 관광객 2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잇는 통행로도 폐쇄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폭설에 갇힌 아르헨티나와 칠레 인근 국경 산맥의 모습. AFP=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1일 폭염이 이어질 때는 한낮 외출을 자제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등 기본적인 폭염 대응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기온이 40도를 넘으면 선풍기가 오히려 뜨거운 공기를 몸으로 보내 체온을 높일 수 있다며 사용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