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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채 흔들릴라…28년만 미·일 ‘엔저 저지’ 공동전선 이유

중앙일보

2026.08.0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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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캠프데이비드 각료회의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메모장에 ‘JPY(엔화) 매수 50억~100억달러’라는 문구가 포착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캠프데이비드 각료회의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메모장에 ‘JPY(엔화) 매수 50억~100억달러’라는 문구가 포착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이 ‘엔저’의 파고를 막기 위해 28년 만에 공동 전선에 섰다. 엔화가 달러당 163엔을 넘어서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외환시장 공동 개입이지만, 시장은 이를 단순한 환율 방어가 아닌 미 국채시장을 지키기 위한 선제 조치로 해석한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맞물리면서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와 글로벌 자금 흐름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정부는 지난달 31일 엔화 매수 공동개입을 실시했다고 확인하면서 추가 개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미·일 공동 외환시장 개입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주요 7개국(G7) 공조 이후 15년 만이다. 당시에는 엔화 가치 급등을 막기 위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샀다. 반면 이번에는 달러당 164엔에 육박한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함께 엔화를 사들였다. 엔저 저지를 위한 미·일 공동 매수는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엑스(X)를 통해 “지난 7월 31일 공조된 외환시장 개입은 무질서한 엔화 변동성에 대응한 것”이라며 “추가 공동 개입 참여에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공동 개입을 인정하며 이번 조치를 “우정의 신호”라고 표현했다. 미국 측 발표 직후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도 3일 담화문을 통해 “최근 나타난 엔화의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미국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추가 공동 개입에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엔-달러 환율 추이

엔-달러 환율 추이


일본 언론은 지난달 30일 일본 측 개입 규모를 6조~8조5000억엔으로 추산했다. 미국은 뉴욕연방준비은행을 통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캠프데이비드 각료회의에서 포착된 베센트 장관 메모에는 ‘JPY(엔화) 매수 50억~100억 달러’가 적혀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개입 의지를 미리 알린 신호로 해석했다. 일본 정부가 공동 개입 사실을 공식 발표한 뒤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강세가 이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156.66엔에 거래됐다.

시장은 미국의 직접 개입을 엔화보다 미 국채시장을 지키려는 조치로 본다. 일본이 개입을 이어가려면 미 국채를 팔아 달러를 확보해야 하고, 일본 국채금리까지 오르면 연기금과 생명보험사 등이 해외 채권 비중을 줄일 가능성도 커진다. 정부 매도와 민간 자금 회귀가 겹치면 미국 국채 수요 감소와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타야마 재무상이 “보유 미 국채를 담보로 연방준비제도(Fed)의 해외 중앙은행 및 통화당국 대상(FIMA) 레포를 활용해 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FIMA 레포는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연준에서 달러를 빌릴 수 있는 제도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일본 국채금리와 엔-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일본 기관투자가들의 미국 자산 투자 매력이 약화하고, 외환시장 개입을 위한 미 국채 매도까지 겹칠 경우 미국 국채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미국이 제2의 ‘트러스 쇼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공동개입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트러스 쇼크는 2022년 영국 정부의 감세안 이후 국채금리가 급등한 사태다.

다만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엔화의 추세적 강세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지 않아 일부 청산이 나오더라도 큰 파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로빈 브룩스 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은 과도한 부채인 만큼 환율 개입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 추이

원-달러 환율 추이


여기에 한국 외환 당국도 지난달 30일 밤 한·일 공조 개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한·미·일 3국이 원화와 엔화 방어에 나선 초유의 공조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5.9원 오른(원화가치는 하락) 1429.8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일본의 금리 인상이나 재정 우려 해소가 없으면 엔화는 다시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SK하이닉스 ADR(미국예탁증서)을 통한 달러 공급이 줄어드는 8월 중순 이후에는 해외 주식 투자에 따른 달러 수요와 9월 FOMC 경계감이 겹쳐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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