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의 주축이라는 오명을 쓰고 49년 만에 사라진 국군방첩사령부를 대체할 국방방첩본부·국방보안지원단·국방안보수사지원단이 3일 각각 출범했다. 기존의 절반 규모로 축소된 방첩본부는 신원 조사와 수사 기능을 없애는 대신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관련 등 대미 방첩 업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3일 경기 과천 본부에서 열린 국방방첩본부 창설 행사에서 훈시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연합뉴스
국방부에 따르면 3일 방첩본부는 경기 과천 정부청사에서, 신원 조회 업무를 맡는 국방보안지원단과 국방부 조사본부로 흡수되는 안보수사지원단은 서울 용산 국방부 별관과 조사본부 건물에서 각각 ‘쪼개기 출범식’을 열었다.
1977년 국군보안사령부로 출범한 방첩사는 국군기무사령부,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방첩사 등 세 차례 간판을 바꿔 단 끝에 부대가 해체됐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장관 훈시를 통해 “오늘 우리가 결별하는 것은, 5·16 군사정변부터 12·12 쿠데타, 5·17 계엄, 12·3 내란까지 권력의 도구가 됐던 방첩 기관의 어두운 과거 전체”라며 새로 출범하는 방첩본부는 “권력화 기능을 원천 폐지했다”고 강조했다.
방첩본부장 직무대리에는 직전까지 방첩사령관을 지낸 편무삼 소장이 임명됐다. 편 소장은 정식 인사 절차를 거쳐 본부장에 임명될 예정이다.
방첩본부는 기존 3000여 명에서 1500명 규모로 대폭 줄어들었다. 국방부는 방첩본부가 북한과 외국의 대군(對軍) 정보활동, 테러 위협에 대비한 방첩 대응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왼쪽 다섯 번째)과 관계자들이 3일 과천에서 열린 국방방첩본부 창설 행사에서 현판 제막식을 진행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뉴스1
특히 향후에는 방산 분야의 군사기밀 유출 차단을 비롯해 미 해군 함정 MRO 사업과 미측 주요 전략자산에 대한 방첩 지원 등 대미 방첩 지원 업무도 추가된다.
다만 현재의 방첩본부는 자체 수사 기능 없이 정보 수집만 가능한데, 국가정보원의 행정 조사 기능보다 낮은 수준의 권한을 위임받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방첩본부가 수집한 첩보를 수사로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조사본부 산하 안보수사지원단으로 이관해야 한다. 조사본부에는 방첩사의 안보수사 기능을 담당하던 160여 명이 합류하게 됐다.
이날 오후 서울 국방부 영내 조사본부 건물에서 열린 안보수사지원단 창설식에서 박정훈 조사본부장은 “오늘은 새로운 안보 수사 체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데 더욱 큰 의미가 있다”면서 “오직 객관적인 증거와 확인된 사실에 기초해 수사하고 어떠한 외부의 영향에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자세를 견지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조사본부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나 “조사본부의 권한이 너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내부적인 자정 기능도 강화하고 외부의 감시와 통제를 저희가 적극 수용해서 권한이 비대해지지 않도록, 건강한 조사본부가 될 수 있도록 지휘 역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국방부 영내 별관에 자리하게 된 국방보안지원단은 군단급 이상 부대의 중앙보안 감사와 보안사고 조사 등 군내 보안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기존 방첩사의 업무였던 신원 조회·세평 수집 기능은 사라지고, 보안지원단이 일반 정부 부처 수준의 인사 검증만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