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주택 수에서 합산 가액으로 바꾸고, 초고가 주택은 세율도 끌어 올린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에서 최대 80%까지 상향하되 거주할 경우 기본공제를 더 해주고, 비거주는 줄이기로 했다. 경계선에 있는 상당수 주택 보유자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실제 세 부담을 크게 좌우하는 공제 요건의 틀은 ‘보유’에서 ‘거주’로 대폭 바뀐다. 보유에 따른 공제 혜택은 사실상 사라진다. 양도소득세 장기특별공제는 한도를 정해 혜택을 제한한다.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3구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3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세제개편안’을 의결했다. 일단 4년 만에 종부세 대수술에 착수한다. 부과 기준부터 새로 정했다.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14억원(시세 20억원) 이하면 종부세 대상에서 빠진다. 거주에 초점을 맞춘 방향성에 따라 기본공제는 거주하는 경우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인상하고, 거주하지 않은 경우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춘다. 〈중앙일보 7월 30일 6면〉
일단 14억원 이하면 종부세를 부담하지 않지만 14억원을 초과하는데 비거주 하는 경우엔 9억원만 기본공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거주하는 경우보다 종부세 부담이 커진다. 다주택자 기본공제는 9억원 한도로 4억원까진 기본 적용하고, 5억원은 거주 여부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세율도 올린다. 현행 종부세는 과세표준 구간별로 1·2주택은 0.5∼2.7%, 3주택 이상은 0.5∼5.0%의 세율을 적용한다. 2028년부터는 주택 수와 무관하게 합산 가액에 따라 기존 3주택에 적용했던 수준으로 세율을 일원화한다. 쉽게 말해 1주택자라도 초고가 주택을 보유했다면 기존보다 종부세를 더 내야 한다. 과세표준 6억원 초과~12억원 이하는 1.0%→1.3%, 12억원 초과~25억원 이하는 1.3%→2.0%, 25억원 초과~50억원 이하는 1.5%→3.0%로 세율이 각각 뛴다. 직전 연도에 낸 종부세가 15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세 부담 상한도 200%로 올린다.
종부세율 인상이 시작되는 과세표준 6억원을 시세로 환산하면 대략 33억원 정도다. 세율 상승 폭은 과세표준이 높은 구간에서 더 커지는데 주택 가격이 비쌀수록 종부세 부담이 더 늘어나도록 설계한 셈이다. 예컨대 올해 공시가격이 34억9100만원인 서울 반포자이(전용 84㎡)의 종부세는 1127만원인데 내년엔 2027만원(실거주)으로 증가한다.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 절반 수준으로 상승한다는 가정에 따른 계산이다. 거주하지 않는 경우라면 2581만원으로 더 많이 뛴다.
정근영 디자이너
공제 방식은 보유가 아닌 거주에 초점을 맞춘다. 우선 양도세 부담을 결정짓는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명칭부터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바꾼다. 1세대 1주택 기준으로 보유 최대 40%(10년)+거주 최대 40%(10년)인 현 제도는 2년간의 유예를 거쳐 2029년부터 거주에만 최대 80%의 공제를 적용한다. 〈중앙일보 6월 26일 1면〉
한도도 신설한다. 현재는 제한이 없지만, 양도 물건별로 2028년은 20억원, 2029년부터 10억원을 넘지 못하게 한다. 부동산의 경우 양도차익이 클수록 공제금액 또한 커지는데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에 공제 혜택이 집중되는 걸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예컨대 25억원에 주택을 취득해 10년 동안 거주하고 75억원에 양도한 경우 최대 80% 기준을 충족해 현재 33억6000만원까지 장특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2029년부터는 10억원까지만 공제한다. 이에 따라 양도세도 3억1600만원에서 13억7300만원으로 급증한다.
같은 맥락에서 종부세 세액공제도 손본다. 현재 연령∙보유기간별 공제를 합해 최대 80%의 공제를 적용하지만, 이 역시 보유 공제를 거주 공제로 전환한다.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세액공제를 많이 받는 게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 2028년부터는 연간 600만원으로 한도도 두기로 했다. 종부세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기존 60%에서 내년부터 70%(1세대 1주택, 지방 2주택 이하)로 조정한다.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주택 보유자는 2028년 80%로 한 차례 더 올린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표준을 정할 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 역시 세 부담 상승 요인이다.
김주원 기자
정부가 종부세 기준을 공시가격 14억원으로 정하고, 기본공제를 확대함에 따라 종부세 과세 대상 자체는 올해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 상위 3.1%(48만7000호)에서 2.3%(36만3000호)로 축소될 전망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세 부담 또한 시가 20억원~30억원 주택의 종부세는 감소하고, 30억원∼40억원 구간은 세액 변동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가로 40억원 초과 주택(6만5000호·0.4%)부터는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원칙 하에 거주 중심의 주택 시장이 정착되도록 할 것”이라며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주택은 과세를 정상화하고, 거주하지 않는 주택과 다주택은 기본공제를 축소해 과세 형평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제 정상화를 앞세워 초고가∙비거주 주택에 대한 고강도 압박에 나선 만큼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거래 위축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정 계층이 아닌 일반인에게 실거주나 장기 거주가 제도적으로 부각되면 개인 입장에서 집을 쉽게 사고팔기가 더 어려워지고 시장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세 부담 증가에 부담을 느낀 고령층을 중심으로 일부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대출 규제 탓에 정작 물량을 받아내는 건 또 다른 부유층이 될 거란 비판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시작하는 시세 46억원 근처에서 심리적 저항선이 생기고, 그 이하인 강남 일부나 한강벨트, 경기 남부 인기 지역 등이 절세 가능한 대체재로 인식돼 갈아타기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고 짚었다.
보유에서 거주로의 방향 전환도 현장의 우려는 크다. 이번 세제개편안을 접한 시민 조모 씨는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반드시 자기 집에 눌러앉아 살라는 얘긴데 거주지를 옮기는 데까지 세금이 개입하는 건 과도한 제약”이라며 “거주 기간 인정 여부를 놓고도 혼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정부는 자녀의 고등학교∙대학교 취학이나 전근,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의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거주 기간으로 인정할 방침이다.
김영옥 기자
퇴로는 열어뒀다. 우선 10년 이상 거주한 양도가액 30억원 이하 1세대 1주택의 양도세 기본공제를 25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인상해 세 부담을 줄여준다. 또한 다주택자가 2년 이상 보유한 조정대상주역 주택을 팔면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완화한다. 내년까지 65세 이상 1주택자가 수도권 주택을 처분하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할 경우엔 양도세를 50%(최대 5억원)까지 감면한다. 주택 처분이나 상속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를 미루는 납부유예 신청 요건도 완화했다.
올해 세제개편안의 세수효과는 5년간 3조4430억원(전년 대비 기준)이다. 이중 종부세 증가분이 2조1815억원이다. 지난해(8조1672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증세안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입법 예고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