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美 전날 문자 통보, 韓 실무자 보고 누락”…한·미 소통 오류가 부른 초유의 사태

중앙일보

2026.08.03 03:01 2026.08.03 13:3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브리지포트에서 열린 산악전 훈련의 소형 무인항공기 실습 과정 중, VXE30 스토커 소형 무인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 미 해병대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브리지포트에서 열린 산악전 훈련의 소형 무인항공기 실습 과정 중, VXE30 스토커 소형 무인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 미 해병대

지난달 30일 군 당국이 경기 북부의 비무장지대(DMZ) 코앞에서 미군 무인기를 미확인 비행체로 오인해 격추할 뻔했던 사건은 한·미 군 당국 간 소통 미비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 주한미군의 대규모 서해 공중 훈련 때도 한·미 상급 부대 간 소통 문제로 오해가 빚어졌는데, 이런 일이 재차 발생해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간 셈이다.

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주한미군 측은 해당 무인기를 활용한 한·미 연합훈련 하루 전날 문자 메시지로만 무인기의 비행 계획을 통보했고, 한국군 실무자는 이를 상급 부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전비태세검열실의 사실관계 확인 결과 한·미의 현장 실무자 간 소통상 오류로 공역(空域) 통제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 군 차원에서는 지휘계통에 따른 보고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점이 있었고, (미 측도) 관행적으로 정식 특수사용공역 비행인가 절차를 준수해 오지 않은 점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경기 파주 스토리사격장 인근에서 총 날개 길이만 4.8m에 달하는 중소형급 무인기가 체공하며 육군 1군단이 무인기 대응 작전 대비 태세인 ‘두루미’를 발령했다. 해당 무인기는 공군작전사령부 차원의 공역 통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행하면서 1군단 측이 방공 전력을 동원해 격추 직전까지 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훈련에 투입된 미측 정찰용 무인기는 ‘스토커(Stalker) VXE’ 계열이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주한미군 측은 훈련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육군 1군단 실무자에게 무인기 비행 계획을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통보했다. 한국 측 실무자가 받은 문자 메시지에는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MEP) 계획과 관련해 사전에 승인받은 실사격 훈련 고도, 무인기의 비행 고도 등이 명시돼 있었다고 한다. 문제가 된 무인기 비행 고도는 문자 메시지로 별도 첨부한 공문에 적혀 있었다. 1군단 실무자는 미 측에 “제한 사항이 없다”고 답장을 보내면서도 무인기의 비행 고도 등 세부 정보는 상급자·부대에 전파하지 않았다.

당시 미 측이 사전 통보한 무인기의 항적은 특정 고도 이상으로, 관련 규정상 미7공군이나 미8군을 거쳐 공작사에도 보고하고 승인받는 등 별도의 공역 통제 절차가 필요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1군단 실무자는 이를 공작사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통상의 저고도 무인기 훈련으로 잘못 이해했고, 이에 따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정 고도 이하 무인기 훈련은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의 권한을 위임받아 1군단이 비행을 승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하루 뒤 이뤄진 연합훈련에 투입된 미군 전력이 한국군으로부터 격추 직전까지 가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진 셈이다.
미국 해병대 3해병사단이 지난 3월 로드리게스 실사격장에서 진행된 제병협동 실사격 훈련(CALFEX) 중 비행을 위해 스토커 VXE30 무인항공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미 제3해병사단

미국 해병대 3해병사단이 지난 3월 로드리게스 실사격장에서 진행된 제병협동 실사격 훈련(CALFEX) 중 비행을 위해 스토커 VXE30 무인항공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미 제3해병사단


군 당국은 일차적으로 한국군의 지휘계통에 따른 보고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빚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동시에 미군 역시 무인기 비행계획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봤다. 특수사용공역 비행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을 두고 정식 공문을 통해 비행계획을 통보한 이후 공작사나 지작사로부터 승인받아야 했는데, 훈련 하루 전날 ‘문자 통보’를 한 건 절차 위반이라는 것이다.

해당 군단에서는 과거에도 이런 문자 통보 관행을 통해 저고도 무인기 비행 훈련을 자체 재량으로 승인해 진행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한·미 간 실무자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승인해 오던 것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셈이다.

합참 관계자는 “규정에 따른 공역 통제 절차를 준수할 필요성이 확인된 사례”라며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을 기반으로 협조 체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최근 최전방 실탄 미장착, 미군 무인기 오인 등 논란과 관련해 한기성 육군 1군단장(중장)을 3일부로 직무배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사진 육군 1군단

국방부가 최근 최전방 실탄 미장착, 미군 무인기 오인 등 논란과 관련해 한기성 육군 1군단장(중장)을 3일부로 직무배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사진 육군 1군단

한편, 국방부는 이번 사건의 관할 군단인 육군 1군단의 한기성 군단장(중장)을 직무 배제하고, 육군교육사령관이 직무대리를 맡도록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1군단 관련 사안에 대한 점검 및 조사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군단장은 무인기 사건뿐 아니라 최전방 부대에서 실탄을 장착하지 않은 상태로 경계작전을 서도록 지침을 바꾼 의혹도 받고 있다. 한 군단장은 학군 33기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1군단장에 임명됐다. 당시 비육사 출신의 첫 1군단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심석용([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