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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란은 메이저 3연승 놓치고 왜 웃었나

중앙일보

2026.08.03 08:01 2026.08.0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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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란. [사진 KLPGT]

유해란. [사진 KLPGT]

유해란은 메이저 3연승이 걸린 AIG 위민스 오픈에 대해 “링크스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롱게임은 여자 골퍼 중 최고지만, 바람이 강한 링크스에서는 자신의 높은 탄도가 오히려 약점이 된다는 이유였다. 그는 “링크스에선 잘 친 기억이 별로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유해란은 2라운드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고, 3라운드 초반에는 2위 그룹을 4타 차까지 따돌렸다. 박인비 이후 13년 만의 메이저 3연승이라는 역사적인 대기록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다.

결국 우승은 놓쳤다. 우승 트로피는 그와 동반 경기를 펼친 일본의 구와키 시호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유해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행복하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 “바람에 대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 3연승 기회를 놓친 선수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컵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을 얻었는지 모른다. 링크스는 골프가 처음 태어난 고향이다. 그래서 골프라는 스포츠의 본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자연은 결코 인간의 계획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완벽하게 날아간 샷이 벙커에 빠지고, 실수한 샷이 핀 옆에 붙기도 한다.

보비 존스와 잭 니클라우스 등 위대한 골퍼들은 링크스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인생과 골프에 모두 적용되는 지혜, 즉 행운을 경계하고 불운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과 길게 보면 운은 평등하다는 것이다. 링크스에서는 잘될 때 오만하지 않고, 안 될 때 좌절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대회에서 유해란이 그랬다. 2라운드 5번 홀에서 그린에 사뿐히 내릴 듯했던 볼이 강풍에 밀려 그린사이드 벙커로 굴러떨어졌다. 로열 리덤의 벙커는 고약하다. 깊이는 얕아도 폭이 좁아 볼이 구석에 박히면 정상적인 백스윙 자체가 불가능하다.

유해란은 무리하게 탈출을 시도하는 대신 퍼트를 하듯 웨지를 살짝 스윙해 벙커 내에서 볼의 위치를 넓은 쪽으로 옮겨놓았다. 그러고는 다음 벙커샷으로 그린에 올린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담담하게 그린을 향해 걸어갔다.

역대 최고의 링크스 플레이어는 톰 왓슨이다. 메이저 통산 8승 중 무려 5승을 디 오픈에서 거뒀다. 그는 집에 있다가도 창밖의 나무가 흔들리는 것을 보면 캐디백을 챙겨 코스로 달려 나갔다고 한다.

왓슨에게 바람은 단순한 코스를 입체적으로 바꾸고, 평범했던 홀을 흥미진진한 퍼즐로 만들어주는 반가운 존재였다. 당대의 라이벌 개리 플레이어는 “톰 왓슨은 바람과 대화한다”고 했고, 혹자는 그를 ‘자연을 연주하는 골퍼’라 불렀다.

유해란은 압도적인 롱게임에 비해 퍼트와 쇼트게임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어릴 적 한국의 인조 잔디 환경에 익숙해 천연 잔디의 결을 익힐 기회가 적었던 영향이다. 그런 그가 지금 골프가 태어난 링크스에서 잔디 결 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골프의 본질을 배운듯하다. 유해란은 “잊지 못할 한 주였다”고 했다.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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