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차세대 AI 컴퓨팅 플랫폼을 공개하며 ‘베라’와 ‘루빈’이란 이름을 붙였다. 베라 루빈(Vera Rubin·1928~2016·사진). 평생 우주의 보이지 않는 존재를 추적한 미국의 천문학자다. 1970년대 루빈은 은하 중심을 도는 별들의 속도를 관측하고 있었다.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느려져야 할 외곽의 별들이 중심부만큼 빠르게 돌고 있었다.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토록 맹렬한 속도라면 진작 경로를 이탈해야 했다. 하지만 별들은 궤도를 지켰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물질이 그들을 붙들고 있다는 증거였다. 우주를 지탱하는 ‘암흑물질(dark matter)’의 가설이 강력한 설득력을 얻는 순간이었다.
빠르게 질주하는 AI 생태계라는 우주에도 기술이 윤리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 챗GPT를 비롯한 거대언어모델(LLM)이 안전한 답을 내놓으려면 방대한 데이터 라벨링이 필요하다. 그 일은 주로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의 몫이다. 이들은 모니터 너머의 유해한 데이터와 폭력적인 이미지를 마주하며 그런 장면이 우리에게 닿지 않도록 분류한다. 우리가 빛나는 화면 속 결과물에 감탄하는 동안 누군가는 그 어둠을 대신 정제하고 있다.
1965년 루빈은 여성에게 닫혀 있던 팔로마 천문대의 문턱을 넘어 최초의 공식 여성 관측자가 되었다. 지상의 차별을 딛고 우주의 어둠을 밝힌 셈이다. 속도전을 벌이는 AI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는 데에도 묵묵히 기여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감당하는 무게는 가볍지 않다. 그 대가는 시급 2달러 남짓의 저임금과 남몰래 앓는 트라우마로 돌아오곤 한다. AI를 안전하게 만드는 일이 정작 인간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정당한 보상과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고, 그 숨은 기여를 기술의 역사에 온전히 남기는 것. 기술 진보를 넘어 진정으로 공정한 AI 전환은 바로 거기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