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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의 마켓 나우] 방어보다 선점, 대체불가 반도체를 향하여

중앙일보

2026.08.03 08:04 2026.08.0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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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학과장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학과장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미국의 전방위 견제 때문에 좌초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침지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자체 개발해 양산 검증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무거운 경종을 울린다.

우리 입장에서 DUV 노광장비 국산화 자체는 경제적 실익이 높지 않고, 첨단 반도체 시장의 기술격차를 좁히는 변수도 아니다. 지나친 과민반응은 불필요하다. 다만 중국이 내수만으로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키워낼 역량을 갖췄고, 레거시 메모리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착실히 넓혀가고 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핵심은 전략 전환이다. 중국의 약진을 두고 한국이 90년대 저가 메모리 시장에 침투하여 결국 기술 주도권을 쥐었던 과거와 겹쳐 보는 시각이 많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당시 한국과 일본은 한정된 시장을 놓고 제로섬 경쟁을 벌였다. 점유율을 잃은 일본은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했고, 메모리 주도권은 결국 한국으로 넘어왔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당시와 달리 반도체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성장이 빠르다. 따라서 우리의 전략은 단순히 점유율 공방전에 머물면 안 된다.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시장이 향후 안정기에 접어들 때, 가장 유리한 포지션을 선점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급성장 중인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쥐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생산능력의 선제적 확충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3대 메가 프로젝트와 같은 국가 차원의 인프라 투자로 충분한 생산능력을 미리 갖춰야 한다. 둘째,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망 안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크리스 밀러는 『칩워』에서 반도체 장비를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병목으로 지목했지만, 지금 한국이 쥘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렛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다. 이를 단순한 장기 공급계약을 넘어 글로벌 협력 체계를 설계하는 외교적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압도적인 제조 스케일과 양산 역량으로 글로벌 고객사들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체 불가능한 공급자 지위를 굳히는 것, 그것이 시장을 장악하는 열쇠다.

실질적인 공급 역량을 갖춘 국가가 소수로 압축될수록 반도체 공급망은 곧 국가 안보의 문제가 된다. 그런 만큼 우주·국방 등 안보와 직결되는 특화 반도체 분야의 자립도를 서둘러 끌어올려야 한다. 반도체가 곧 무기가 되는 시대, 독자적 안보 기술 생태계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압도적 공급 역량 확보, 메모리의 전략 무기화, 특화 반도체 자립. 이 세 축의 대체 불가 전략을 통해 한국 반도체가 팽창하는 미래 시장을 선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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