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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조공질서의 부활

중앙일보

2026.08.03 08:08 2026.08.0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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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올봄 세계 여러 나라 정상의 밀집 방중이 이어졌다. …급변하는 세계는 중국의 역할을 목격했고 ‘동방을 보라(東方看)’는 위풍당당한 시대 트랜드가 됐다.”(인민일보, 5월 5일자 1면)

“지난해 말부터 올봄까지 베이징은 놀라운 ‘중국방문의 물결(訪華潮)’을 맞이했다.”(인민일보 해외판, 3월 3일자 10면)

중국의 정상 외교가 변했다. 올해 들어 한국·미국·러시아·영국·독일 등 20여 개국 정상이 베이징을 찾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황제가 하늘에 제사 지내던 천단에서 맞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황제가 하늘에 제사 지내던 천단에서 맞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같은 기간 중국 정상의 해외 순방은 평양 1박이 유일했다. 정상 외교가 쌍방향에서 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관영 매체는 ‘방중 물결’, ‘동방을 보라’로 묘사했다.

그러자 ‘조공체제’라는 역사 용어가 등장했다. 헤지펀드의 큰손인 레이 달리오 어소시에이츠 대표가 6월 18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조공을 새로운 세계 질서로 묘사했다. “위계질서에서 강자는 약자를 잘 대하고, 약자 또한 강자를 잘 섬겨야 조화가 유지된다”고 했다. 사대자소(事大字小) 외교다. “싸우지 않고 적을 제압하는(不戰而屈人) 손자병법으로 대만 통일을 시도할 것”이라고 블로그에 전망을 추가했다.

한 달 뒤인 7월 16일 환구시보 기자가 달리오를 인용하며 “아시아가 ‘조공체계식’ 질서로 나아가는 초기 단계인가”를 물었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중화문명의 ‘화이부동’이란 역사 유전자를 무시하고, 중국 외교의 평등한 바탕색을 곡해하며, 국제관계 준칙에 위배된다”며 반박했다. 조공이란 프레임은 부정했지만, 위계적 영향력 자체는 반박하지 않았다.

그보다 앞서 교양서 『조공권(朝貢圈): 전통 중국의 세계질서』(2024)의 저자 장훙제(張宏杰) 인민대 교수는 “조공질서 아래 세계는 평화롭고 안정적이었다”며 “인류 역사에 ‘화하질서(華夏秩序)’만큼 뿌리 깊고 일관된 체제는 없었다”(345쪽)고 미화했다.

고(故) 민두기 서울대 교수(동양사)는 “중국인들은 어느 나라보다 ‘전통의 무게’를 지니고 산다. 표현양식은 다를지라도 어느 계제에 색다른 형태로 나타날지 모른다. 그것이 단순한 힘의 표시인지, 전통 관념 때문인지 분별해야 한다(『한국인』, 1984년 6월)”며 조공의 부활을 경계했다.

조공질서가 꿈틀거리는 올해 중국을 가장 먼저 찾은 정상이 한국이었다. 한국의 대중국 외교가 전통 시대로 되돌아갈지, 미래로 나아갈지 갈림길에 섰다.





신경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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