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7월 기준으로 291만 명을 기록해 올해 말에 300만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전국 227개 기초 지자체 중에 이주민 비율이 5%를 넘는 곳이 142개다. 중소기업과 농업·수산업·축산업 등 한국인이 기피하는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110만명이나 된다. 이주배경 학생도 20만 명을 넘었다.
이주민과 함께 살고 있지만, 이주민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 이민정책연구원의 ‘이민자 사회통합지수’ 측정 결과를 보면 이주민의 경제적 기여는 인정하면서도 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수용성 지표에서는 아직 미온적 수준이다. 이주민의 증가와 국민 수용성의 불일치는 한국사회가 300만 이주민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됐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주민에 대한 수용성 아직 낮아
외국인 정책 컨트롤타워 힘 싣고
관련 정책 재원 안정적 확보 필요
외국인들이 한국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만큼 문화적으로 매력국가로 도약했고, 경제적으로 기회의 무대로 인식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이주민 증가는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한 한국사회 현실에서 다양한 분야의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해주는 순기능이 있다. 반면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발생이라는 역기능도 존재한다.
지금부터 잘 준비하지 않으면 소외 계층이 양산되거나 사회 갈등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일찍부터 이민을 수용해 이주민 비율이 높은 유럽과 미국 사례를 두루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 국가도 이민 유입 초기 제도적 장치 부족으로 고립과 갈등을 겪었다. 한국사회도 사회통합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서구의 시행착오를 따라갈 수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 정책을 총괄하는 거버넌스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그동안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나름의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이민정책의 업무 범위가 넓어지면서 다양한 부처의 참여가 확대되고 역할이 충돌하는 등 경제·사회 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이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총괄 기능을 강화해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가 천년제국을 유지한 비결 중에 하나로 제국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강조했다. 물론 무조건적인 포용이 아니라 로마의 체제와 질서 안으로 편입하는 시스템에 기반을 둔 포용 정책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방성과 포용성을 넓힐까. 국민에게 인도주의와 사해동포주의의 미덕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 먼저 이주민이 한국사회에 무임승차하는 집단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국민이 인식하고 받아들이게 할 필요가 있다. 소통이 어려워 생기는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줄이려면 한국어 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추진하려면 당연히 예산이 들어간다. 하지만 특별히 이주민만을 위해 세금을 더 내라고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경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반 예산에만 의존하면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특성상 매번 뒷순위로 밀려 수동적으로 운영되기 쉽다. 체류·국적 수수료 등 외국인 납부 재원을 활용해 기금 등 별도의 재원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관련 법안은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다.
이주민의 사회통합은 언어교육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재원과 일관된 정책, 국가 차원의 이민 전략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이민을 복지나 노동정책의 일부가 아니라 국가 성장전략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실제로 주요 국가들은 이민을 우수 인재 확보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국가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외국인 창업 인재를 비롯해 산업 현장에 필요한 필수 인력을 흡수하려면 이를 가로막는 복잡하고 분절화된 비자 제도부터 국민 정서와 정책목표에 맞게 전면 개편해야 한다. 비자 유형별 유입 규모를 정밀하게 추계해 외국인력 도입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함께 갖춰야 한다.
이민은 이제 문호를 열 것인가, 말 것인가 논쟁할 문제가 아니다. 어떤 인재를 어떤 제도와 거버넌스로 맞아 들이고, 그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미리 관리할지 설계하는 문제다. 300만 이주민 시대가 한국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지, 사회 갈등의 불씨가 될지는 결국 얼마나 치밀하게 답을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