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토론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한 참석자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따져 묻는 것이었다. 시장 안정이냐, 집값 하락이냐, 아니면 다주택자 규제냐에 따라 처방도 달라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에 이 대통령은 “억지로 가격을 낮추자는 건 아니다”면서 “비정상적인 수요·공급에 의해 가격이 잘못 형성되는 걸 막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를 ‘정상화’로 요약했다.
‘세 부담 정상화’ 내세웠지만
2% 고가 때려 실효세율 못 올려
고무줄 세금, 집값 안정도 난망
3일 나온 정부의 세제개편안 역시 ‘세 부담 정상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당장 눈에 띄는 건 정상화보다는 정치화다. 정부는 핵심 타깃을 ‘초고가 주택’에 맞췄다. 그러면서 1주택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은 공시가격 12억원 초과에서 14억원 초과로 끌어올렸다. 대상을 좁히면서 부담은 집중시킨 것이다. 이런 선택을 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발언도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보유세를 통상적인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려면 최하 3배는 올려야 한다”면서도 “당장 3배를 올리면 거의 폭동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결국 광범위한 조세 저항 등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공시가격 기준 상향은 종부세 대치 전선을 한강벨트 전역으로 확대하는 대신 강남권으로 집중시키는 효과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 정부가 내세운 세제 정상화에선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을까. 앞서 대통령의 발언에서 엿보이듯 보유세 강화론의 핵심 근거는 각종 공제를 반영한 실효세율이다. 거래세를 빼고 보유세만 본다면 실효세율이 낮다는 건 사실이다. 2024년 기준 평균 실효세율은 0.147%로 미국(1.012%)의 약 7분의 1, 일본(0.467%)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문제는 정부 안처럼 초고가 주택 보유세를 높인다고 이 실효세율이 눈에 띄게 올라가진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쳐 모두 11단계의 누진 구조를 갖고 있다. 단일 세율을 채택한 주요국들과 대비된다. 자연히 고가 주택보다 중저가 주택의 실효세율이 크게 낮다. 시가 10억원 이하 아파트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0.1%에 그치지만 50억원이 넘는 구간은 0.47%다. 만약 보유세 실효세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게 정상화라고 한다면 대다수인 중저가까지 손대지 않을 재주가 없다. 이를 피해 전체의 2% 남짓한 고가주택 증세만으로 해결하려면 세 배가 아니라 십여 배는 올려야 할 것이다. 둘 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다. 주요국 대비 높은 거래세를 낮추고 대신 보유세를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정부가 꺼린다. 집을 사고팔 때 내는 거래세가 매년 내는 보유세보다 아무래도 조세저항이 덜해 걷기 편하기 때문이다. 취득세가 ‘선납 보유세’, 양도세가 ‘후납 보유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한계에 보유세 논의는 늘 고가·다주택을 때리는 ‘민심 무마용’으로 흐르곤 했다. 물론 세제가 정치의 진공 상태에서 합리성과 정합성만 따져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보유세, 특히 종부세는 유독 정치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게 문제다. 소수에 무겁게 매기다가도 선거가 다가오면 여야 가리지 않고 부담을 덜어주자고 나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이 노무현(0.82%), 박근혜(0.74%), 문재인(1.14%), 윤석열(0.87%)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소를 탄 이유다. 세금만으로 집값 잡기도 어렵지만 ‘고무줄 세제’에 이를 기대하는 건 더더욱 무리다. 잠깐 위축되는 듯하다 ‘학습효과’에 매물이 잠기면서 가격은 다시 뛰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다시 한번 되물을 수밖에 없다. 이번 부동산세 개편의 목표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저 잠깐의 시간벌기나 정치적 시선 돌리기는 아니길 바란다. 그러기엔 시장 상황이 너무 엄중하고, 실수요자와 임차인들이 견뎌야 하는 고통이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