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공급·금융·세제 등을 주제로 다섯 차례 부동산 정책 토론회를 열며 시장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의 결론은 결국 증세였다. “세금을 주택 정책의 수단으로 쓰지 않겠다”던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도, “닥치고 공급”을 강조했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호언장담도 자취를 감췄다. 정책의 무게중심은 공급 확대나 거래 활성화가 아니라 장기적인 보유세·거래세 부담 확대에 쏠렸다. 남은 것은 결국 ‘닥치고 증세’뿐이다.
정부는 주요국보다 낮은 보유세를 정상화하고 실수요자를 배려한 정책이라고 설명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은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였지만,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췄다. 보유보다 거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동시에 종부세 세부담 상한은 직전 연도 세액의 150%에서 200%로 크게 높이고, 종부세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현행 60%에서 내년 70%로 인상한다. 과세표준 12억원(시가 약 45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은 종부세율이 현행보다 두 배 수준으로 높아지고, 과세표준 6억~12억원 구간의 중산층 주택도 세율이 1%에서 1.3%로 오른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뉴스1]
정부는 부동산 거래의 퇴로도 막고 있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 기간 공제를 없애고 거주 기간 중심으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장기거주특별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장기거주소득공제를 신설했다. 장기거주소득공제 한도는 2028년부터 양도차익 20억원, 2029년부터는 10억원으로 제한된다. 보유세를 높인다면 거래세를 낮추는 것이 시장 작동의 기본 원리인데, 정부는 오히려 거래세 부담까지 키우는 선택을 한 것이다. 더구나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전 “세금 때문에 살던 집을 팔고 떠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며 상속세 공제 확대를 약속했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거래세 부담 완화도, 상속세 공제 확대도 외면한 채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면서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은 보유·거래·상속 전 과정에서 한층 무거워지게 됐다. 주택 보유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을 강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1주택 고령자가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면 2028년까지 양도세를 감면해 주기로 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우려가 커지면서 친정부 전문가들마저 증세 일변도 정책에 등을 돌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을 두 배로 뛰게 했던) 문재인 정부 시즌2만도 못 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실제 공급 부족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매매가와 전월세 모두 사상 최고로 뛰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은 1만2251가구로 지난해보다 58.4% 감소했고,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원을 넘어섰다. 규제의 풍선효과는 강북과 수도권으로 번지며 전월세난까지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세금 때리기만으로 안정시킬 수 없다는 것은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충분히 확인된 교훈이다. 이번에도 증세 부담은 전월세에 전가돼 임차인들을 고통에 빠뜨릴 것이다. 부동산 해법은 분명하다. 보유세를 높이려면 거래세를 과감히 낮춰 매물이 자연스럽게 시장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 이주비 규제 완화 등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신규 주택 공급 확대도 병행해야 한다. 꾸준한 공급 확대가 이뤄져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집값도 안정되고 주택시장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정부가 시장을 힘으로 이기려 들면서 국민들만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