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얼굴의 청소년들이 지난달 30일 인천 미추홀구 문학경기장 내 복싱훈련장에 모였다. 학생들은 7월 12일부터 매주 두 차례씩 이곳에 나와 복싱 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참여한 학생들은 김원찬 인천시청 복싱 감독과 코치진의 지도로 잽과 스텝 등 기본기를 익혔다.
인천 미추홀경찰서 폴 인 스포츠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소년들. 사진 인천시복싱협회
복싱을 배우는 중·고등학생 9명은 이른바 ‘위기청소년’이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보육시설에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폭력·학대 피해를 겪었거나 사이버 도박에 노출된 학생도 있다. 가정에서 보살핌의 손길이 닿지 못하다 보니, 다른 친구들이 학원에 다니거나 취미생활을 할 때 홀로 방황하는 날도 잦았다고 한다.
이런 방황이 길어지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학생들이 스포츠를 통해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롯데백화점 인천점, 인천시복싱협회와 함께 ‘폴 인 스포츠(Pol-in-Sport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을 발굴하면, 롯데백화점 인천점이 예산을 후원하는 방식이다.
김 감독과 코치진은 학생들이 복싱을 배우면서 정신력과 집중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훗날 사회에 나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마음에 씨앗을 심어주는 셈이다. 김 감독은 “아이들이 운동을 배우면서 자기 길을 찾고, 가정에서 배우지 못한 부분까지 함께 채워주려 노력하고 있다”며 “단순한 운동을 넘어 ‘인성 교육’을 함께하고 있다”고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코치진의 열정적인 지도 덕분인지 학생들도 매번 즐겁게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위축되고 자신감 없던 모습도 이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9명 중 3명은 훈련이 없는 날에도 매일같이 복싱장을 찾아 연습할 정도다. 황모(15)군은 “방과 후나 주말에 할 게 없었는데, 복싱을 배우니까 너무 재밌다.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잘 알려주신다”고 말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 폴 인 스포츠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소년이 박단비 코치에게 잽을 배우고 있다. 사진 변민철 기자
김 감독은 고된 훈련을 버티며 쌓은 경험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학생들을 세심히 살피고 있다. 특히 복싱이 ‘싸움의 기술’이 되지 않도록 훈련 때마다 인내를 강조한다. 김 감독은 “복싱을 학교폭력이나 범죄에 사용하지 않도록 항상 일깨우고 있다”며 “생활체육 대회에 나가려면 학교폭력 같은 이력이 있으면 안 된다. 아이들도 이 점을 새기고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7월 8일 롯데백화점 인천점, 인천시복싱협회와 위기청소년 지원을 위한 폴인스포츠(Pol-in-Sports) 프로젝트 실무협의회를 개최했다. 사진 인천 미추홀경찰서
경찰은 학생들이 훈련 중에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스포츠 종목과 참여 인원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김면중 인천 미추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많은 청소년이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해 방황하다 범죄에 노출되곤 한다”며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