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껄끄럽던 옛 친윤계와도 밥 먹었다, 유승민 광폭행보 속셈

중앙일보

2026.08.03 13:00 2026.08.03 13:3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 5월 2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출정식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2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출정식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옛 친윤계와 중진 의원들을 연이어 만났고, 3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찬을 했다.

서울시장 관사에서 진행된 이날 만찬에서 두 사람은 보수 정치가 나아갈 방향, 정권 교체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서울시 측은 “두 사람은 6·3 지방선거 이후 당이 쇄신의 동력을 충분히 이어가지 못한 채 최근 당 지지율마저 다시 하락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며 “유능한 대안 정당으로 거듭날 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또 오 시장과 유 전 의원은 2028년 총선 승리가 정권 교체의 발판이고, 이를 위해선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 지지를 얻는 게 필수라는 점에 공감했다고 한다. “친윤·비윤, 탄핵 찬성·반대로 분열하고 갈등해서는 총선을 이기기 어렵다. 보수가 최대한 통합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화도 오갔다. 이날 만찬은 유 전 의원이 지방선거 당시 오 시장 지원 유세에 나서는 등 힘을 보탠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마련됐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지역·계파를 가리지 않고 중진과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지난 6월 29일엔 연평해전 기념식이 끝난 뒤 김기현·한기호·유의동·강선영·유용원 의원 등과 점심 식사를 했고, 지난달에도 김기현·김태호·윤재옥·박성민 의원 등과 잇따라 식사를 했다. 유 전 의원 측은 “이번 달에도 국민의힘 의원들과 약속이 꽤 잡혀 있다. 계파 등을 가리지 않고 일정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장 공관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장 공관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전 의원은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일단 통합부터 이루고, 혁신을 통해 다음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도 “이재명 정권 폭정을 막는 유일한 길은 2028년 4월 총선 (의석) 과반 확보”라며 “통합과 혁신의 길로 가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두고 내부 싸움을 벌이는 것이야말로 정부·여당이 가장 원하는 것”이라고 썼다.

유 전 의원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을 두고는 3일 “이것이 노무현 정신이냐”고 여권에 날을 세웠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문재인·정청래·김용민, 그리고 형사소송법을 통과시키고 박수 치고 환호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것이 노무현 정신이라고 주장한다”며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중국 공안과 똑같은 경찰의 공화국으로 만드는 것이 노무현 정신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정청래 민주당 대표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유승민씨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간섭하지 말라”고 받아쳤고, 그러자 유 전 의원은 “신천지와 일베로 진흙탕 싸움만 하는 귀당의 전대에 간섭할 생각은 눈꼽 만큼도 없다”고 되받았다.

정치권에선 “유 전 의원이 근래 보기 드문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2년 국민의힘 경기지사 경선 패배 이후 사실상 잠행에 들어갔고, 지난해 대선 경선에도 불출마했다. 하지만 6·3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정치적 보폭을 차츰 넓혔다.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와 이수희 서울 강동구청장 후보를 지원 유세했고,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선 측근 유의동 의원의 당선을 적극 돕는 등 힘을 실었다.

유 전 의원의 보폭 확대는 최근 보수 진영 재편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최근 장 대표 사퇴론이 잦아들긴 했지만, 한때 유 전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되지 않았느냐”며 “유 전 의원이 ‘포스트 장동혁’ 체제를 염두에 두고 예열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유 전 의원이 껄끄러운 관계였던 옛 친윤계와 접점을 늘리고 있는 걸 특히 주목하고 있다. 재선 의원은 “장동혁 대표나 한동훈 무소속 의원, 어느 한쪽에 마음을 쉽게 못 주고 있는 국민의힘의 주류를 유 전 의원이 공략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4년 전 경기지사 경선 과정에서 유 전 의원이 친윤계에 많이 실망했었지만, 지금은 과거보단 미래를 생각하는 것 같다”며 “옛 친윤계도 2년도 안 남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려면 개혁 보수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보름([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