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위기’다. 높은 금리와 거래 감소, 오피스 공실률 상승 등의 뉴스가 이어지면서 “미국 부동산 수요가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단순한 수요 붕괴가 아니다. 오히려 수요가 이동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부동산 시장은 언제나 변화해 왔다. 과거에는 제조업이 도시를 움직였고, 이후에는 금융과 IT 산업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냈다. 지금은 AI 산업과 물류, 의료 서비스가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따라서 모든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피스 시장이다.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가 확산되면서 오래된 오피스 빌딩은 높은 공실률과 가치 하락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하지만 뉴욕과 실리콘밸리의 최고급 오피스는 AI 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의 확장으로 여전히 높은 임대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오피스 시장이라도 결과는 전혀 다르다.
리테일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때 온라인 쇼핑의 성장으로 오프라인 상권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식료품점을 중심으로 한 쇼핑센터와 의료시설, 피트니스, 레스토랑 등 생활 밀착형 업종이 입점한 상가는 안정적인 임차 수요를 이어 가고 있다. 반면 경쟁력이 없는 오래된 쇼핑몰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리테일’이라는 이름 하나로 시장을 판단하기에는 이미 시대가 달라졌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이 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볼까. 가장 큰 이유는 금리다. 높은 대출금리는 투자자의 자금 조달 비용을 크게 늘렸고, 이는 거래 감소로 이어졌다. 다시 말해 임차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거래량이 줄어든 시장을 곧바로 수요 붕괴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좋은 자산에는 자본이 몰리고, 경쟁력을 잃은 자산은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지금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이러한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시기다.
투자의 성공은 시장 전체를 비관하거나 낙관하는 데 있지 않다. 변화하는 수요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읽는 통찰력, 그것이 지금 투자자에게 가장 필요한 경쟁력이다. 결국 시장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