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배우자 명의의 은행계좌에서 모기지 대금이 빠져나갔다. 그런데 그 계좌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대방에게 “그 돈, 남편 계좌에서 나간 것 맞지요?”라고 물으면 그 대답으로 지급 사실을 입증할 수 있을까?
▶답= 가정법 재판의 반대신문에서는 상대방 증인에게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하도록 유도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달 모기지를 지급하지 않았지요?”, “지급했다는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았지요?” 같은 질문이다. 캘리포니아 증거법 제767조도 반대신문에서 이런 유도질문을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그러나 유도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증인이 알지 못하는 사실을 전제로 질문해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증인은 자신이 직접 보거나 듣고 경험해 알고 있는 사실에 관해 증언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증거법 제702조에 따르면 증인이 어떤 사실에 관해 개인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면,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했을 때 그 사실에 관한 증언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아내가 남편 계좌의 소유자도 아니고 거래 내역을 본 적도 없다면 “남편 계좌에서 모기지 대금이 빠져나갔지요?”라는 질문에 사실대로 할 수 있는 대답은 “모른다”일 가능성이 크다. 질문하는 쪽이 원하는 “맞다”는 대답을 받아내더라도, 그 대답이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 설명하지 못하면 증거로서 가치가 약해질 수 있다.
질문은 그 사람이 실제로 한 일과 직접 알고 있는 사실을 향해야 한다. 아내에게는 “본인이 그달 모기지를 지급했는가”, “지급했다는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는가”, “남편에게 그 돈을 돌려준 적이 있는가”를 물을 수 있다. 남편에게는 “해당 계좌가 본인 명의인가”, “본인이 그 계좌에서 모기지를 지급했는가”, “상대방으로부터 일부라도 돌려받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렇게 질문을 나누면 각 증인이 직접 아는 범위 안에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업비를 둘러싼 다툼도 마찬가지다. 사업체 장부를 관리하지 않았고 지출 과정에도 관여하지 않은 배우자에게 “그 돈은 사업비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쓴 돈이지요?”라고 단정해서 물으면 제대로 된 답을 얻기 어렵다. 먼저 사업 운영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해당 지출을 직접 보았는지, 영수증이나 장부를 확인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 기초가 확인된 다음에야 돈의 사용 목적에 관해 질문할 수 있다.
은행명세서나 회계장부를 법정에 가져왔다고 해서 그 내용이 자동으로 증거가 되는 것도 아니다. 캘리포니아 증거법 제1401조에 따라 먼저 제출한 문서가 실제로 주장하는 바로 그 문서라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그 문서에 적힌 거래 내용을 사실로 인정받으려면 은행이나 회사가 평소 업무 과정에서 거래 당시 작성하고 보관한 신뢰할 만한 기록이라는 요건도 갖춰야 한다. 상황에 따라 기록을 잘 아는 사람의 증언이나 기록관리자의 인증서 등이 사용될 수 있다.
이런 절차 없이 명세서의 숫자부터 읽으며 상대방에게 인정하라고 요구하면 “이 문서가 진짜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증인이 이 거래를 직접 알지 못한다”, “전문증거에 해당한다”는 이의에 부딪힐 수 있다. 더구나 변호사가 질문 속에 넣은 주장 자체는 증거가 아니다. 법원이 받아들인 증인의 답변과 문서가 증거가 된다.
가정법 재판에서 좋은 질문은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질문이 아니다. 그 사실을 직접 아는 사람에게 묻고, 그 사람이 실제로 한 행동을 확인하며, 문서가 증거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순서를 갖춘 질문이다. 상대방이 모르는 사실을 억지로 인정시키려 하면 이의 한 번에 질문이 막힐 뿐 아니라, 재판부가 나머지 주장까지 조심스럽게 바라볼 수 있다. 법정에서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아니라 정확한 질문을 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좋은 질문은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질문이 아니라 증거로 살아남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