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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국을 실험실로 만드는 DSA〈미국민주사회주의자들〉

Los Angeles

2026.08.0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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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사회부 기자

김경준 사회부 기자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 체급을 키우고 있는 민주사회주의자들(DSA)의 공동의장 메건 로머의 폭스뉴스 인터뷰가 화제다. 지난달 26일 그의 인터뷰는 DSA가 미국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려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로머는 연방 상원 폐지, 현행 대통령제와 연방대법원 대체, 이민세관단속국(ICE) 폐지, 국방예산 삭감이 모두 DSA의 정책이라고 밝혔다. 국경을 없애고 불법체류자를 사면하는 방안과 교도소 폐지 역시 장기적인 목표라고 했다.  
 
그가 불법체류자 사면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미국 책임론이었다. 미국이 다른 나라를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미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그 결과에 따른 ‘경제적 난민’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잘못이 있었다고 해서 국경과 이민법까지 없애야 한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과거의 책임은 외교와 원조, 이민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역사적 죄책감을 이유로 스스로 국경을 포기하는 국가는 없다.
 
교도소 폐지 주장도 마찬가지다. 로머는 범죄 대부분이 가난에서 비롯됐고 사회가 범죄자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빈곤이 범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난이 범죄의 면허증이 될 수는 없다. 더구나 범죄 피해자 상당수 역시 저소득층이다. 범죄자의 처지는 이해하면서 국민의 안전은 외면하는 것이 어떻게 사회정의가 될 수 있는가.  
 
연방 상원과 현행 대통령제, 연방대법원을 없애거나 대체하겠다는 주장도 단순한 제도 개혁의 범위를 넘어선다.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를 대상으로 한 거대한 사회실험이나 마찬가지다.  
 
DSA의 정책을 하나씩 뜯어보면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기보다 현실에 불만이 큰 유권자의 표를 끌어오기 위한 급진적 구호에 가깝다. 무상 의료, 저렴한 주택, 무료 대중교통, 공영 식료품점, 부유층 증세 등등 듣기에는 모두 달콤하다. 그러나 DSA는 혜택만 말할 뿐 그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 것인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답은 늘 비슷하다. 부자와 대기업에서 더 걷으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과 자본은 세금과 규제를 피해 이동할 수 있다. 기업이 떠나면 일자리가 줄고 세수가 감소한다. 결국 부족한 재원을 메우는 청구서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돌아간다.
 
혜택은 모두가 누리되 비용은 다른 누군가가 부담하면 된다는 논리다. 이런 모순은 DSA의 정책뿐 아니라 이를 지지하는 이들의 경제 인식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에셜론 인사이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50세 미만 민주당원들의 ‘자본주의’에 대한 순 호감도는 마이너스 31%포인트였지만,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순 호감도는 플러스 22%포인트였다.
 
자본주의에는 강한 거부감을 보이면서도 경쟁과 선택, 창업과 소비의 자유에는 호의적인 셈이다. 시장이 만들어내는 기회와 편리함은 누리고 싶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격차와 책임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모순이다. 이는 일관된 사회주의적 신념이라기보다 자신의 경제적 불만을 ‘자본주의 반대’라는 구호로 포장한 것에 가깝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민주·공화 양당의 극단적인 대립은 DSA가 세력을 키울 정치적 공간을 열어 주고 있다. 기존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더 급진적인 대안으로 눈을 돌리면서 DSA의 영향력도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차라리 DSA에 미국의 방향타를 한번 맡겨 보자는 냉소적인 생각마저 든다. 유권자들이 직접 그 통치를 겪어 봐야 달콤한 구호 뒤에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알게 될 것이다.
 
미국 전체를 이념의 실험장으로 내줄 수는 없다. 잘못된 선택의 대가는 DSA 정치인이나 그 지지자들만 치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자리와 치안, 세금과 공공서비스가 흔들리면 피해는 결국 평범한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김경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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