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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화려한 득점 보다 값진 헌신

Los Angeles

2026.08.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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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웅 일사회 회장

박철웅 일사회 회장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이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대회가 끝나면 사람들의 기억에는 화려한 골 장면과 우승 세리머니가 먼저 남는다. 득점왕과 결승골의 주인공은 시대의 영웅이 되고,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공격수에게 집중된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조금 다른 메시지를 남겼다.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이 화려한 공격수가 아니라 미드필더로 팀의 중심을 지킨 스페인팀 주장 로드리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의 수상은 축구가 개인이 아닌 단체 경기이며, 가장 눈에 띄는 역할이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로드리는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며 경기 흐름을 조율했고, 위기마다 팀의 균형을 지켰다. 자신의 기록보다 동료들의 장점을 살렸고, 팀을 먼저 생각했다. 화려한 골은 없었지만, 승리는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진정한 리더란 앞에서 빛나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임을 증명한 것이다.
 
우리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오랫동안 ‘공격수’만 기억하는 문화 속에 살아왔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사람과 화려한 리더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지만, 조직을 묵묵히 떠받치는 사람들의 수고는 쉽게 잊는다.
 
한인사회도 오늘의 모습을 이루기까지 수많은 ‘로드리’들의 헌신이 있었다. 새벽마다 가게 문을 열었던 소상공인, 자녀 교육을 위해 자신의 꿈을 뒤로 미뤘던 부모, 이름 없이 봉사해 온 교회와 비영리단체의 봉사자, 그리고 다양한 한인 단체들에서 묵묵히 실무를 맡아 온 이들이 공동체의 중심을 지켜 왔다. 이들이 있었기에 한인사회는 어려운 이민의 역사를 견디며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를 떠올려 보자. 사람들은 교각과 아름다운 다리의 곡선에 감탄하지만, 금문교를 진정으로 지탱하는 것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케이블(Main Cable)이다. 수많은 가닥의 강선이 하나로 엮여 강풍과 지진, 엄청난 하중을 견디기에 다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화려한 외형보다 보이지 않는 중심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금문교는 말없이 증명하고 있다.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는 언제나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희생 위에 세워진다. 갈등을 조정하고, 조직의 중심을 잡으며, 다른 사람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공을 기꺼이 양보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공동체는 앞으로 나아간다. 오늘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도 이런 모습이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 공을 독차지하기보다 연결하는 리더, 박수보다 책임을 먼저 선택하는 리더가 많아질 때 사회는 더욱 건강해진다.
 
한인사회 역시 이제는 평가의 기준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 화려한 성공담만 기억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헌신을 존중하는 공동체,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과 희생을 함께 인정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세대도 경쟁보다 협력의 가치를 배우고, 서로를 세우는 건강한 공동체를 이어 갈 수 있다.
 
축구는 혼자 이길 수 없는 스포츠다. 가장 많은 골을 넣는 선수보다 팀의 균형을 지키는 선수가 우승을 만든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정과 직장, 한인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수많은 ‘로드리’들이 있다. 그들이야말로 공동체를 떠받치는 금문교의 케이블이며, 우리가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진정한 영웅들이다.
 
어쩌면 월드컵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경기를 움직이는 힘은 화려한 스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헌신에서 나온다는 사실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더 많은 ‘로드리’를 존중하고 기억할 때, 공동체는 더욱 단단해지고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박철웅 일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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