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발길질에 박치기까지…생명 구하러 간 구급대원들 ‘수난’

중앙일보

2026.08.03 18:5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119구급차가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응급환자를 긴급 이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19구급차가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응급환자를 긴급 이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6월 18일 충남 부여군에서 홀로 사는 80대 A씨의 집에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이 갑작스러운 폭행을 당했다.

A씨의 활동이 감지되지 않으면서 ‘응급안전 안심서비스’를 통해 119에 자동 신고가 접수됐다. A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소방관 3명이 신변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현장에 출동했다.

대원들이 A씨에게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복귀하려던 순간, 술에 취한 A씨가 갑자기 발길질과 박치기를 했다. 한 대원은 A씨가 휘두른 볼펜에 팔을 긁히기도 했다.

충남소방본부 특별사법경찰은 A씨를 구급활동 방해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달 중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출동한 구급대원을 상대로 한 폭언과 폭행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4일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충남에서 발생한 구급대원 폭언·폭행 피해는 총 33건이다.

올해는 7월까지 7건이 접수돼 이미 지난해 전체 발생 건수인 6건을 넘어섰다.

소방 당국은 폭행이 우려되는 신고에 경찰과 공동 대응하고, 신고 접수 단계부터 위험 정보를 공유하는 등 고위험 출동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겪는 폭언과 폭행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상당수 사건은 술에 취한 사람이 구급대원을 폭행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충남 태안에서는 술에 취한 60대를 부축하던 구급대원이 오른쪽 광대 부위를 맞았다. 지난 4월 천안에서는 또 다른 60대 주취자의 얼굴을 응급처치하기 위해 안경을 벗기던 구급대원이 폭행당했다.

현행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은 정당한 사유 없이 구조·구급활동을 방해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음주 등으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더라도 형을 감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강한 처벌 규정과 달리 실제 재판에서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사례가 많아 현장에서 체감하는 범죄 억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회에서는 119구급대원을 폭행한 경우 벌금형을 없애고 징역형을 의무적으로 선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처벌 강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구급대원 폭행은 대부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벌어지지만, 대원 한 명이 다치면 도움을 기다리는 다른 환자의 골든타임까지 사라질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선처를 지양하고 현행 처벌 규정을 엄정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