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숀 폴리(52)가 타이거 우즈와 손을 잡았을 때만 해도 그는 골프 레슨의 미래였다. 생체역학과 데이터, 과학을 접목한 최첨단 이론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평가는 정반대로 흘렀다.
미국 골프채널 해설위원 브랜들 챔블리는 폴리를 향해 “미켈란젤로 같은 천재를 평범한 기계공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타고난 감각과 창의성으로 스윙하던 우즈를 지나치게 기계적인 선수로 바꿨다는 뜻이었다.
실적만 보면 실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우즈는 2012년 PGA 투어 3승, 2013년에는 5승과 함께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에선 힘을 쓰지 못했고 부상이 심해졌다. 둘은 2014년 결별했다.
이후 골프계는 그를 ‘타이거를 망친 교습가’로 여겼다. 이듬해 우즈가 칩샷 뒤땅을 치는 입스성 증상을 보였을 때도 비난은 폴리에게 향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 폴리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평가받는다. 이번에는 지독한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의 마음을 보듬어 되살리는 명장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이클 김이다. 2018년 존 디어 클래식에서 6타 차 우승을 한 후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스윙을 고쳤다가 끝없는 추락을 경험했다. 무려 25경기 연속 컷 탈락. 그는 “(8자 스윙을 하는) 짐 퓨릭처럼 돼도 좋으니 공만 똑바로 가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잃었다.
지난달 3M오픈 2라운드에서 59타를 기록한 마이클 김. 성호준 기자
폴리를 만난 뒤 경기력을 회복했다. 지난달 PGA 투어 3M 오픈에서는 꿈의 59타를 기록하는 등 정상급 선수 반열에 올랐다.
안병훈도 있다. 폴리에게 배우면서 2부 투어로 떨어졌을 때도 “그의 이론을 종교처럼 신뢰한다”고 했고 결국 빅리그로 올라왔다. 스윙뿐 아니라 골프라는 경기를 대하는 법, 멘털까지 챙겨주는 선생님이라는 게 안병훈의 설명이다.
리디아 고. AP=연합뉴스
리디아 고의 부활에도 폴리가 있었다. 폴리는 골프위크 인터뷰에서 리디아 고에게 했던 조언을 공개한 적이 있다. 마음 깊은 곳의 자신을 두드리라고, 우승컵은 억지로 오지 않는다고, 꽉 움켜쥔 손으로는 새가 날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스윙 얘기가 하나도 없는 이 말이 마음속 의심과 질문을 없애줬다고 한다.
심각한 슬럼프에 빠져 있던 김주형도 폴리를 만나 지난달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우승하며 부활을 알렸다. 폴리는 “시련은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뒤돌아보면 그처럼 감사한 것도 없다”면서 김주형을 위로했다.
김주형. 로이터=연합뉴스
3일 끝난 로켓 클래식에서도 또 하나의 성공 사례가 나왔다. 엄청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던 마이클 소브요른센은 폴리를 만난 지 불과 한 달 반 만에 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폴리는 스윙을 새로 만들지 않았다. 잘 치던 시절을 생각하라면서 그 움직임으로 되돌려 줬을 뿐이다.
요즘 PGA 투어 선수들은 폴리를 ‘연습장의 공자(孔子)’라고 부른다. “인간이 먼저이고, 골프는 그다음”이라면서 스윙보다 인생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선수들은 기술보다 마음속 의심을 걷어내는 법을 배운다. 폴리는 자신을 스윙 코치라기보다 골프 철학자에 가깝게 여긴다.
타이거 우즈(왼쪽)와 숀 폴리. AFP=연합뉴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10년 우즈를 맡았을 때는 트랙맨 등 측정 데이터와 생체역학, “가설이나 의견이 아니라 과학으로 골프를 설명한 바이블”이라는 골프 이론서 『골핑 머신』의 열렬한 신봉자였다.
그러나 이 때문에 인간의 몸을 기계처럼 단순화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우즈는 부상이 악화됐다.
그랬던 폴리가 이제는 철학자가 됐다. 그는 최근 “20년쯤 지나서야 내 일을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 그동안 거의 모든 큰 실수를 저질렀고, 그 시행착오 덕분에 이제는 위험한 코치가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