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납품되는 돼지고기 가격을 담합한 육가공·유통업체 6곳이 공정거래법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의 담합으로 이마트 돼지고기 판매가격이 최소 20% 이상 상승했다고 봤다. 담합이 이뤄진 시기 동안 이마트가 업체들로부터 매입한 돼지고기는 구매액 기준 1조2000억원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호 부장)는 국내 돼지고기 가공업체의 담합 의혹을 수사한 결과 도드람푸드·CJ피드앤케어·대성실업·보담·대전충남양돈축산업협동조합·부경양돈협동조합 등 업체 6곳과 관련 증거를 인멸하는 등 담합에 적극 가담한 임직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반육(자체 브랜드·PB 제품) 및 브랜드육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입찰 및 견적서 제출 전 가격을 합의·밀약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관련 수사는 앞서 공정위가 2021~2022년 사이 발생한 업체간 담합 행위를 조사해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담합이 2017년 8월쯤부터 2023년 11월까지 약 6년 동안 계속됐으며, 담합이 이뤄진 시기 거래된 돼지고기가 약 1조2000억원어치에 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국내 모 유통채널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모든 대형 업체가 매주 가격 정보 등을 교환하는 방법으로 수백회 이상 담합한 혐의도 추가로 확인됐다. 박형철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검사는 “업체들은 대형마트의 돼지고기 입찰 경쟁이 심해지자 2021년 11월 해당 마트에 납품하는 모든 업체 담당자들이 참여한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을 개설했다”며 “일명 ‘삐에로방’으로 불리는 단체 채팅방에서 가격 담합 행위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공정위 현장 조사가 시작되자 담합을 한 업체의 임직원들이 메신저 대화내역과 전산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조사를 방해해온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답합에 가담한 업체 중 한 곳의 수도권영업소장 A씨는 본사 직원과 ‘일단 (단체방을) 폭파한 뒤 나중에 다시 하자, 당분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는 텔레그램을 사용하자’고 연락하며 증거자료를 인멸했다.
박 검사는 “일부 업체의 조사 방해가 없었다면 전체 과징금 규모가 수백, 수천억원에 달했을 수도 있다”며 “공정위 조사 방해 행위는 담합 행위 이상으로 중한 범죄로써, 엄정 대응할 필요가 있어 기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서울동부지검 청사에서 이정호 부장검사가 돼지고기 업체 답합 의혹 수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유림 기자
검찰은 6년간 이어진 돼지고기 업계의 담합이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정위가 담합을 적발한 후인 2024년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전년 대비 약 2% 올랐음에도 대형마트 삼겹살 가격은 오히려 25.5%, 목심 가격은 20.8% 급락했다. 그간 담합으로 인해 대형마트 판매가격이 최소 20% 이상 부풀려져 있었으며 그 부담을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왔다는 의미다.
앞서 공정위는 돼지고기 업체들의 담합 정황을 파악한 후 올해 3월 12일 9개 업체에 총 31억6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들 중 선진·팜스토리·해드림엘피시를 제외한 6개 업체를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공정위가 적발한 담합 행위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이뤄진 것으로 약 190억원 규모다. 이후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강제수사에 착수해 지난 4월 23일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3개 업체를 포함한 9개 업체를 모두 압수수색했다.
이 부장검사는 “앞으로도 범행에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이들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